‘컨설팅’ 등 6000만여 원 지출내역도 두루뭉술…선관위 “회계책임자 소환조사, 고발 여부 논의 중”
공직선거 출마자가 특수관계 회사에 정치자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행위는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받은 사례가 있다. 강용석 변호사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에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강 변호사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 변호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후보자가 조직한 선거운동기구를 통해서 해야 할 선거운동 관련 업무를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친족이 설립한 회사 등에 외주를 주면서 그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했다"며 "범행 경위,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공적 영역에 가족회사라는 사적인 이해관계를 접목해 현행법 테두리를 넘나든 행위는 더욱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정권 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폄훼하는 등 극우적 발언을 해온 유튜버다. 세월호 참사가 기획된 사건이라는 등 허무맹랑한 주장도 펼쳤다. 안 씨는 이처럼 자극적인 발언을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시청자 후원금을 받아왔다. 안 씨는 유튜브 계정이 유튜브 정책 위반으로 폐쇄되자 2020년 10월 주식회사 '벨라도'를 설립했다. 안 씨는 벨라도가 운영하는 방송 플랫폼 '벨라도'를 통해 인터넷 방송을 이어왔다.
안 씨는 2022년 5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확성기로 문 전 대통령 부부를 모욕한 혐의로 2022년 9월 구속 기소됐다. 안 씨는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방한 혐의도 받았다. 안 씨는 지난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안 씨 친누나 A 씨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실이 2022년 7월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A 씨는 동생 안 씨가 운영하는 영상 플랫폼 '벨라도'에서 일하다가 2021년 11월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대통령실에 채용됐다. 대통령실은 "A 씨는 대선 캠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A 씨는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에 사표를 냈다.
안 씨는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안 씨, 가로세로연구소, 이봉규TV 등 극우 유튜브 관계자 30여 명이 김건희 여사 추천으로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 초청됐다.
안 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 2월 15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나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빨갱이, 살아있는 권력하고 맞짱 뜨겠다. 이재명이 당선되는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 씨는 "정치 후원 계좌를 열면 팍팍 꽂아줘야 한다"고 시청자들에게 강조했다. 또 안 씨는 지난 3월 21일 이봉규TV에서 "무소속 후보로 완주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재명 표를 최대한 끌어오겠다. 10% 이상 뜯어내겠다"고 말했다.
실제 안 씨는 지난 총선에서 계양을 후보로 등록했다. 안 씨는 이재명 대표 선거사무소, 유세 차량 근처 등지에서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 파일을 여러 차례 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총선을 완주하지 않았다. 안 씨는 "원희룡을 지지 선언한다"며 총선 이틀 전인 4월 8일 후보에서 사퇴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안 씨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안 씨는 총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후원회를 통해 총 1억 7192만 8619원을 모았다. 기명 후원금 1억 4636만 3478원, 익명 후원금 2556만 5141원이었다. 300만 원 이상 고액 후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안 씨는 후원금 중 기본경비를 제외한 1억 6467만 619원을 정치자금 계좌로 옮겨 사용했다.
안 씨는 후원금을 어떻게 썼을까.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안 씨는 후원금 외에도 후보자 등 자산(자신과 벨라도 계좌에서 이체한 돈) 85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썼다. 종합하면 안 씨는 지난 총선에서 총 2억 4967만 619원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그런데 이 중 6000만 원은 차입금 반환 명목으로 자신의 계좌에 다시 이체했다. 안 씨는 후원금이 모이기 전 일단 자신의 돈으로 정치자금을 충당했다가 후원금으로 자신의 돈을 보전한 셈이다.
안 씨가 정치자금 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것은 석연치 않다.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후보자 등 자산 8500만 원 중 안 씨 계좌에서 이체된 돈은 5309만 6754원, 벨라도 계좌에서 이체된 돈은 3190만 3246만 원이다. 안 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5309만 원을 정치자금 계좌로 옮겼다가 이보다 많은 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 계양구 선관위 관계자는 "안 씨 회계책임자로부터 소명을 듣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벨라도 계좌에 안 씨가 돈을 이체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8월 20일 밝혔다.
안 씨는 정치자금 중 1억 984만 3383원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벨라도'에 후보자 컨설팅 명목으로 이체했다. 이 중 6000만여 원은 지출 내역이 두루뭉술하게 기재됐다. △홍보 및 이미지 컨설팅 3849만 6400원 △슬로건 및 선거운동 콘셉트 2500만 원 △컨설팅 비용 134만 6983만 원이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이재명, 원희룡 후보는 홍보 및 이미지 컨설팅, 슬로건 및 선거운동 콘셉트 등 모호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이 없었다.
일요신문이 안 씨 회계보고서 증빙서류를 확인한 결과, 안 씨는 벨라도와 지난 3월 맺은 용역계약서를 증빙 자료로 선관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용역계약서 역시 두루뭉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계약서엔 홍보 및 이미지 컨설팅, 슬로건 및 선거운동 콘셉트 등 비용을 산정한 근거가 전혀 없었다. 한 달간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액을 총 1억 1000만 원으로 정한다는 포괄적인 내용뿐이었다.
벨라도 측에선 손미진 씨가 용역계약서에 서명했다. 벨라도는 안정권 씨와 손미진 씨가 함께 대표를 맡고 있다. 벨라도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벨라도 등기이사는 안 씨와 손 씨 두 사람뿐이다. 국민연금 가입 데이터에 따르면 벨라도 직원은 총 5명이다. 또 안 씨와 손 씨는 주소가 인천 연수구 송도동 B 아파트 XXX동 XXXX호로 동일하다.
인천 계양구 선관위 관계자는 안 씨와 벨라도 용역계약과 관련해 "안 씨 회계책임자를 불러 조사했다"며 "적절한 계약인지, 수사기관에 고발을 할지 여부 등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아직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8월 20일 밝혔다.
일요신문은 안 씨와 벨라도 측 입장을 듣고자 8월 20일 벨라도 측에 연락했다. 벨라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메일로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에 8월 20일 메일로 용역계약에 관한 질의를 남겼다. 하지만 8월 22일 오전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8월 22일 벨라도 측에 다시 연락했지만 벨라도 관계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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