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특급’ 양민혁 등 2000년대생 7명…홍명보 감독 “미드필더·측면 수비 고민”
#홍명보호 1기, 눈에 띄는 신구조화
26명으로 구성된 이번 명단에서 주요 관심사는 '고교생 특급' 양민혁의 발탁 여부였다. 강원 FC 소속 공격수 양민혁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번 시즌 K리그 개막전부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반년 가까이 이어지던 임시 감독 체제가 끝나자 양민혁은 곧장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U-20, U-23 대표팀을 뛰어넘어 A대표팀으로 직행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만 18세인 양민혁은 2022년부터 2년 동안 U-17 대표팀에 뽑힌 것이 연령별 대표팀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프로 무대 입성 직후부터 베테랑 못지않은 활약(28경기 8골 5도움)을 보였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이적까지 확정 지었다. 데뷔 이래 약 반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홍명보 감독도 양민혁을 지나칠 수 없었다.
홍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시 "안정적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선수들을 발탁했다"는 설명을 했다. 공격진에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수비진에 김영권, 김민재 등이 여전히 이름을 올린 한편 새 얼굴 발굴에도 힘을 썼다. 양민혁 외에도 황문기, 이한범, 최우진이 생애 최초 A대표팀 발탁의 기회를 얻었다. 특히 이한범과 최우진은 '미래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연령대 선수들이다. 이외에도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엄지성, 정호연 등이 부름을 받으며 이번 대표팀에는 2000년 이후 출생 선수들 7명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02년생 이한범은 프로 데뷔 초반부터 기대를 받던 유망 수비수였다. 프로 3년 차 시즌을 마치고서는 덴마크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으로 향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부담도 줄었다. 홍 감독 이전 감독 후보로 꼽히던 인물 가운데 일부가 "이한범은 왜 쓰지 않나"라고 언급한 것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던 자원이다.
2004년생 최우진은 고교 졸업 직후 인천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2년 차 시즌을 맞은 측면 수비 자원이다. 경험이 적은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어려운 포지션임에도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문기는 이들과 달리 20대 중반을 넘어섰으나 최근 꾸준히 A대표 발탁이 점쳐진 인물이다. 그동안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을 소화했으나 지난 시즌 말미부터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번 시즌 소속팀 강원 FC가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도 황문기는 팀내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
홍 감독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 두 포지션을 언급했다. 이는 이전부터 오랜 기간 지속된 대표팀의 고민이기도 했다. 전임 감독들의 고심이 홍 감독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실제 명단을 두고도 일부 뒷말이 나왔다. 이번 대표팀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을 미드필더는 정우영과 박용우다. 정우영은 팀내 유일한 1980년대생이라는 연령, 박용우는 이전까지 대표팀 소속으로 보인 부진이 지적을 받았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고민은 했겠지만 선택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이 포지션에서 정우영과 박용우 말고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우영은 여전히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박용우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는데 그 대회에서 잘한 선수가 있나. 선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 감독 기용 방법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홍 감독과 호흡도 좋은 선수다.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드필드에 백승호를 테스트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측면 수비 포지션은 다년간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 받는 위치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마저도 측면 수비수 선발에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우수한 측면 수비수 품귀현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현대 축구에서 이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 늘어난 탓으로 해석된다.
특히 왼쪽으로 위치를 좁히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왼발잡이가 소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자원은 더욱 한정적이다. 홍 감독이 과거 처음으로 기회를 준 이후 10여 년 동안 자리를 지킨 김진수는 이번 시즌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홍 감독은 신예 최우진을 호출했다.
오른쪽에는 김문환, 설영우, 황문기,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설영우는 최근까지 꾸준히 대표팀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여름부터는 유럽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상윤 위원은 "설영우는 왼쪽에서도 뛸 수 있다. 설영우를 왼쪽으로 돌리면 김문환, 황문기에게 기회가 갈 수 도 있다. 측면 수비 5명 모두 누가 선발로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탈락이 아쉬운 선수들
홍 감독이 고민했다던 미드필더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손준호가 활약했던 포지션이다. 그는 2023년 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중국에서 구금된 바 있다. 1년 가까이 공백을 가지다 최근 수원 FC에서 기량을 회복하고 있으나 이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지켜보고 있지만 리스크 때문에 뽑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K리그 이적 이후 리그 정상급 활약으로 꾸준히 대표팀 합류가 점쳐지는 이승우는 이번에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올여름 이승우는 2년 반 동안의 수원 생활을 정리하고 전북 현대 유니폼을 새롭게 입었다. 이적 이후 약간의 부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교체 출전으로 복귀를 알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임시 감독 체제 시절 기회를 받는 등 차세대 우측면 수비수 자원으로 꼽히는 최준과 황재원은 이번 명단에서는 나란히 빠졌다. 최근엔 소속팀에서 멀티플레이어로도 활용되고 있기에 향후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양민혁, 황문기와 함께 소속팀 강원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공격수 이상헌을 언급했다. 지난해 슬럼프에 빠진 듯했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강원에 이적, 리그에서 10골 6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이 위원은 "이상헌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공격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결정력도 있고 공격을 풀어주는 능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FC 서울 미드필더 이승모도 최근 폼이 가장 좋은 선수"라고 짚었다.
이 위원은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반기 A매치 일정은 숨 가쁘게 이어진다. 9월에 이어 10월, 11월까지 연이어 월드컵 예선 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 위원은 "홍 감독도 부임 초기라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해 보려고 할 것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 보이면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대표팀으로서도 가용 자원을 늘려 놓을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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