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호 |
NC 이태일 사장은 특별지명을 앞두고 두 가지 화두를 꺼냈다. 바로 성적과 미래였다. 이 사장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NC가 최고 승률팀으로 승승장구했지만, 1군은 전혀 다른 리그”라며 “1군 경험이 풍부한 8명의 선수들이 내년 시즌 팀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목표로 정한 승률 3할 이상이 가능하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당장의 성적에만 올인할 수 없다는 게 NC의 고민이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선수 대부분이 1군 경험이 없어 8명의 선수가 최소 2, 3년은 후배들을 이끌어줘야 팀의 중심이 잡힌다”며 “그러려면 3년 이상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20대~30대 초반 선수들을 특별지명을 통해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C는 ‘성적’과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머리를 싸맸다.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 명단을 전달받고서 그 외 선수 1명으로 누굴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고민은 최종 8명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났다. NC의 부름을 받아 내년 시즌부터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뛸 선수는 이승호(31·전 롯데 자이언츠), 송신영(35·전 한화 이글스), 고창성(28·전 두산 베어스), 모창민(27·전 SK 와이번스), 조영훈(30·전 KIA 타이거즈), 김종호(28·전 삼성 라이온즈), 이태양(19·전 넥센 히어로즈), 김태군(23·전 LG 트윈스) 등 8명이다.
▲ 고창성 |
셋업맨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지만, 선발로 뛰어도 부족함이 없다. NC 관계자는 “롯데가 이승호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보호선수 명단에 이름이 없는 걸 보고 이승호를 바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야구계는 롯데가 이승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를 놔준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하지만, NC 관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알아본 결과 투구하는 덴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고 설명했다.
▲ 송신영 |
NC는 “좌완 이승호와 함께 필승조 불펜진을 구성할 우완 셋업맨으로 경험 많은 송신영을 주목했다”며 “다행히 한화에서 송신영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통에 영입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산에서 NC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사이드암 고창성도 한때 최고의 셋업맨으로 불리던 불펜투수다. 2009년 5승2패 16홀드 평균자책 1.95, 2010년 6승4패 22홀드 평균자책 3.62를 기록하며 두산 불펜진을 이끌었다. 시속 140km 중반대의 빠른 속구와 슬라이더는 다른 팀 타자들이 “정말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2년 연속 64경기 이상을 투구하며 과부하가 걸렸는지 지난해와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 내내 공끝이 밋밋하고, 제구가 좋지 않다는 소릴 들었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야수가 부족한 두산이 보호선수 명단에 대거 야수들을 집어넣으며 상대적으로 좋은 투수들을 제외했다”며 “만약 사이드암 변진수가 없었다면 고창성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었을 확률이 크다”고 평했다.
NC는 고창성 영입으로 좌완, 우완, 사이드암 불펜투수들을 확보해 애초 원했던 다양한 컬러의 불펜진을 완성하게 됐다. NC 배석현 단장은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선발투수로 영입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라며 “따라서 특별지명 전부터 불펜진 강화에 주력하자는 내부 방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태양과 김종호 선택은 ‘미래’와 관련이 깊다. 사이드암 이태양은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넥센에 2라운드 14순위로 지명된 유망주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2경기에 등판해 10승7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4.07을 기록했다.
20세의 나이에도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고, 자기관리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넥센은 이태양을 보호선수명단에 넣고 싶었으나, 그보다 뛰어난 유망주가 튀어 나와 막판에 이태양을 제외했다는 후문이다.
NC는 “이태양은 윤형배, 노성호와 함께 NC의 미래 마운드를 책임질 영건”이라며 “윤형배, 노성호가 선발감이라면 이태양은 필승조 셋업맨으로 성장할 인재”라고 기대했다.
김종호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이름이다. 2007 신인지명회의 2차 4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된 좌타자 김종호는 지난해까지 무명이었다. 그러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1푼3리 26도루 49득점 30타점을 기록하며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애초 야구계는 “NC가 삼성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된 1루수 강타자를 지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NC는 당장의 성적보단 미래를 고려해 호타준족의 김종호를 영입했다. NC 관계자는 “삼성 모 선수의 멘탈을 두고 코칭스태프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김태군, 모창민, 조영훈은 성적과 미래를 고려한 선택으로 알려졌다. NC의 모 코치는 “올 시즌 우리 팀의 최대 고민은 포수와 나성범을 받쳐줄 장거리 타자의 부재였다”며 “이를 해결하려고 LG 포수 김태군과 KIA 좌타자 조영훈을 영입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모창민은 내야수와 외야수를 모두 맡을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