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재형이 이제는 비록 경쟁 프로그램이 됐지만 자신을 예능계로 이끌어준 <무한도전>에 대한 예의를 지켜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다소 잘난 척하는 모습이 강조된 겸손과는 거리가 먼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했지만 가장 정재형스럽고 <무한도전>스로운 표현으로 ‘못친소 페스티벌’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페스티벌에 불참한 정재형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못친소’ 불참 사유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만 정재형의 글을 해석하면 자신은 ‘못친’(못생긴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못친소’에 못 나간 것이라는 의미다. 외모순위에서 거의 일등이었다며 자신이 <무한도전> 멤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도 밝혔다.
당연히 ‘못친’이 아니라면 ‘못친소’에 나갈 수 없다. 그렇지만 정재형은 분명 <무한도전> 멤버들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을 받았다는 것은 결국 그가 ‘못친’이라는 의미다.
이에 정재형은 자신의 외모를 ‘썩지 않는, 영원히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는’ 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 자신의 외모가 ‘불후의 외모’라는 것. 여기서 언급한 ‘불후’라는 단어가 정재형이 쓴 글의 핵심 키워드이자 주제어다.
정재형은 현재 <무한도전>과 동시간대에 방영 중인 KBS <불후의 명곡>에서 MC를 맡고 있다.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는 까닭에 정재형은 안 나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것이다. <무한도전>과 관련된 글에서 경쟁 프로그램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그는 자신의 외모를 ‘불후의 외모’라고 밝혔다. 굳이 풀어 쓰자면 ‘불후의 (명곡을 진행하는) 외모’가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정재형의 글은 자신을 예능계로 이끌어준 <무한도전>에 대한 최선의 예의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서로 자신의 외모가 더 뛰어나다며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성의 모습’을 지향해온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글로 불참 사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정재형의 ‘못친소’ 불참 글에서 왠지 모를 <무한도전>의 냄새가 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