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무인 운영 덕에 이용자 급증…안전사고 발생 시 AI가 감지해 직원 출동
중국은 2023년 10월 ‘전국민 체육시설 개선을 위한 작업계획’을 발표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레 헬스장 수요도 많아졌다. 운동할 곳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폭주했고, 국가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체육시설 개선 및 확충 사업에서 ‘15분 헬스장’은 핵심 정책으로 추진됐다. 주민들이 주거지 중심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그러자 많은 도시에서 소규모지만 완전한 시설을 갖춘 공유 헬스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후난성 한 아파트에 사는 저우양은 1층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공유 헬스장이 생긴 이후로, 일주일에 3차례 정도 운동을 한다. 그는 “가격을 듣고 놀라지 마라. 운동을 한 번 할 때 내야 하는 돈은 1위안(190원)이다. 가격이 싸지만 갖춰야 할 시설은 모두 있다”고 했다.
이 공유 헬스장은 당초 한 회사의 비어있던 사무실이었다. 직원들은 이 공간을 자신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유 헬스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상급 부서에 신청하고, 건물 전체 입주민의 동의를 구한 뒤 헬스장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들여놨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후난성 한 주민은 “헬스장을 등록한 뒤 처음엔 잘 다니다가 나중엔 가지 않게 되는 일이 많았다.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다시 등록을 하지 않았고, 결국 운동을 멀리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공유 헬스장은 내가 가고 싶을 때마다 소액을 내고 가니 부담이 덜했다. 24시간 운영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상하이에도 공유 헬스장이 속속 생기고 있다. 상하이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한지위는 “전통적인 헬스장은 비용이 많이 들고 영업시간이 고정돼 있다. 그러나 공유 헬스장은 카드 발급이나 등록 절차가 필요 없다. 앱을 설치한 뒤 스캔만 하면 된다”면서 “평일 오후, 주말 새벽 등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하면 된다”고 했다.
공유 헬스장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장소 임대료, 기계 구입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사회사업 일환으로 공유 헬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공유 헬스장 중에선 아예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전국 공유 헬스장의 평균 이용료는 ‘1위안’에 불과하다.
베이징의 장 아무개 씨는 “공유 헬스장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서다. 예전에 헬스장을 가면 트레이너들이 계속 마케팅을 했다. 또 교묘한 상술로 등록 기간을 늘리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공유 헬스장은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만족해했다.
공유 헬스장 비용 절감의 또 다른 비결은 무인 시스템이다. 공유 헬스장 상당수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베이징의 한 공유 헬스장 관리자는 “휴대전화에 있는 코드를 스캔만 하면 입장부터 기계 이용까지 다 할 수 있다. 결제도 마찬가지”라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헬스장 시설의 이용 현황까지 파악할 수 있어 한가한 시간에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무인 시스템은 비단 인건비만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해주고 또 분석까지 해준다. 또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헬스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도 충족시켜 준다. 앞서의 헬스장 관리자는 “가격을 포함해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이 높아졌다”고 했다.
무인 작동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대책도 속속 마련하는 추세다. 후난성의 한 아파트 내 공유 헬스장 책임자 위젠란은 “헬스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만약 사용자가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다 넘어지면 AI 카메라가 즉시 위험한 동작임을 포착하고 이를 담당자에게 알린다. 그럼 직원이 출동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생긴 베이징의 한 대형 공유 헬스장엔 카메라 2000개가 설치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카메라 영상은 헬스장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 송출된다. 직원들은 이 화면으로 헬스장 전체를 관리한다. 이 헬스장의 한 직원은 “무인 작동이 원칙이긴 하지만 안전사고, 청소 등 여러 부분에서 직원들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화면을 스크린 하다가 필요할 때 즉각 출동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유 헬스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다. 공유 헬스장의 초기 자금은 정부와 지자체 출연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보조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어떤 식으로든 제3의 운영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몇몇 공유 헬스장은 주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후원금 모금에 나선 상태다.
또한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헬스장 이용자들 중엔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를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트레이너는 “기존 헬스장은 더 고급스러운 장비, 전문화된 개인 트레이너를 갖추고 있다.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가격을 빼고는 공유 헬스장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유 헬스장과 기존 헬스장은 대체재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베이징대학 체육교육연구부 부교수 저우정칭은 “공유 헬스장과 전통 헬스장의 사용자 그룹에는 차이가 있다. 서로 경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공유 헬스장의 인기는 기존 헬스장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에겐 긍정적 효과”라고 분석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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