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권오수 전 회장 등의 1·2심 판결문과 검찰 수사기록 등을 보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공모한 정황이 수없이 등장한다.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에 동참을 주저하는 선수와 전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이름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 이 씨가 저에게 전화를 해서 ‘양 씨가 안 하겠다고 했으니, 안 하겠습니다’라고 권오수 대표에게 말하니, 몇 분 후 권오수 대표가 전화를 다시 해 ‘김 아무개 씨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1차 작전이 진행 중이던 2010년 초 당시 권오수 전 회장은 선수 이 씨와 함께 양 씨의 도이치모터스 보유주식을 담보로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그 돈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올리려 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 이 씨와 전주 양 씨 모두 작전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저는 권오수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이 씨에게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하면서 (중략) 권오수 대표는 ‘찝찝하면 하지마’하고 말해서 (중략) 찝찝하지 않게 생각하면 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양 씨 진술서에 따르면 양 씨는 권 전 회장에 전화를 걸어 “선수 이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모두 맡기는)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말했다. 선수 이 씨 역시 권 전 회장에 전화해 “양 씨가 안 하겠다고 했으니, 안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자 권 전 회장은 몇 분 후 이 씨에게 다시 연락해 “김 아무개 씨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의 주요 인물임을 언급하며 작전 참여를 설득한 셈이다.

본인들은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져 이른바 ‘달리는’데,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전 세력들은 김 여사가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공범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7거래일 중 하루(1월 27일)를 제외한 나머지 6일의 경우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하루 총 매도·매수 거래량의 30%를 초과했다. 1월 13일은 김 여사 계좌 비중이 52.3%로, 하루 총 거래량의 절반이 넘었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제시한 ‘불공정거래 점검항목 리스트’의 ‘거래량 30% 초과매매 제한’ 항목 위반이다(관련기사 [단독] 규정대로면 ‘경고’ 감인데…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진짜 몰랐을까).
김 여사가 기존 알려진 보유 주식 외 추가로 53만여 주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씨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 시세조종을 의뢰받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호 지분 명세’ 문서를 보면 여기서도 김 여사가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09년 12월 31일 이전 특정 시점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관련기사 [단독] 확신도 없이 ‘몰빵’을?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추가 보유 논란).
과거 2억~3억 원을 투자하던 행태와 달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인 김 여사의 투자패턴은 권 전 회장 등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알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통정거래로 판단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의 28만 주에 대한 6일치 35건 거래는 전화주문이 아니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체결됐다. 재판부는 이 계좌를 블랙펄인베스트가 시세조종에 동원했다고 판시했다.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 관리를 2차 작전 세력에 일임하며 거래에 필요한 공인인증서까지 넘겨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를 김 여사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공인인증서나 비밀번호를 준 것이라고 본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작전세력에 공인인증서까지 주면서 적극 가담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검찰 조사 등에서 “본인이 직접 거래했고, 시세조종에 이용되는지 몰랐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수 언론이 ‘김건희 대표가 이종호 씨에게도 계좌를 빌려줘 거래하도록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10년 10월 28일부터 2011년 1월 5일까지 거래된 김건희 대표 계좌는 미래에셋대우 계좌다. 그 거래내역은 모두 김건희 대표가 미래에셋대우 지점 직원에게 직접 전화로 주문했다. (중략) 거래금액은 모두 김건희 대표 자금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다. (중략) 김건희 대표는 직접 거래하였을 뿐 이종호 씨에게 미래에셋대우 계좌를 맡긴 사실이 없기 때문에, 김건희 대표 관련 통정매매는 전체가 오류다. (중략) 2년 넘게 수사했는데 김건희의 미래에셋대우 계좌의 운용주체가 김건희인지 이종호 씨인지 착각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수사팀이 오류를 알면서도 그대로 둔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가 될 것이다.”하지만 1심과 2심 판결을 통해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는 이종호 씨의 블랙펄인베스트에서 운영한 것이라고 밝혀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