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네일 합류 천군만마, 삼성 구자욱 회복 여부 관건…삼성 부족한 선발진, KIA 리그 최다 실책 약점
‘일요신문’에서는 전 KIA 출신이면서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일군 서재응 스포티비 해설위원과 삼성 왕조 시절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4개의 우승 반지를 챙긴 차우찬 티빙 해설위원을 통해 한국시리즈 전망을 살펴봤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후 구단을 통해 “정규시즌 2위 팀이 올라온 만큼 더욱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면서 “팬들과 함께 열두 번째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KIA의 전신인 해태 시절 1986년, 1987년, 1993년까지 총 세 차례였고, 모두 해태가 우승을 차지했다(1990년 플레이오프 맞대결 삼성 3승 승리). 31년 만에 해태가 아닌 KIA 타이거즈로 맞붙는 두 팀의 이전 기록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희미한 숫자로 기억되겠지만 2024시즌 KIA와 삼성의 객관적인 전력도 삼성보다 KIA가 앞선다.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이 12승 4패로 KIA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서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둔 상태에서도 야구계에서는 삼성보다 LG의 우세를 점쳤다. 삼성은 이렇듯 외부의 평가가 좋지 않을수록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그 결과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한국시리즈에서 KIA와 삼성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먼저 양 팀 마운드의 성적 비교와 한국시리즈에서 가동될 선발 로테이션을 알아본다.
올 시즌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은 KIA가 4.10으로 1위를, 삼성이 4.49로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선발 투수가 거둔 선발승은 삼성이 52승으로 50승의 KIA를 앞섰다. KIA는 올 시즌 선발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점 억제력을 보여줬지만 선발 투수의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서는 40경기로 SSG와 함께 횟수가 가장 적었다.
KIA가 정규시즌 종료 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제임스 네일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호투를 펼쳤다는 내용이다.
네일은 지난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상대 타자가 친 공에 턱을 맞는 아찔한 부상을 입었다. 이후 네일은 턱관절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한국시리즈 출전을 위해 재활에 구슬땀을 흘렸다. 부상 46일 만인 10월 9일 상무전에서 투구수 35구, 2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14일 롯데전에서는 투구수 31구 3이닝 무실점을 올렸다. 최고 시속 150km를 찍은 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컷패스트볼, 스위퍼,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도 점검했다.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제임스 네일을 점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양현종, 에릭 라우어, 윤영철 등이 예상된다. 반면에 삼성은 1차전 선발 투수로 원태인을 올리고 이후 황동재나 이승현을 1+1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오프에서 호투를 펼쳤던 데니 레예스는 3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
KIA 출신의 서재응 위원은 두 팀의 선발진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불펜 싸움이라고 말했다. 즉 불펜 전력이 KIA가 우위에 있다는 내용이다.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3인방의 힘이 매우 커 보인다. 이들 3인방 외에도 고졸 2년차 좌완 불펜인 곽도규의 성장과 원포인트를 맡길 수 있는 이준영, 제구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한 최지민까지 좌우 구성에 빈틈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삼성의 불펜은 KIA의 타선을 막는데 버거워 보였다. 올 시즌 KIA가 삼성한테 12승 4패로 우세를 보인 요인 중에는 헐거운 삼성의 불펜이 한몫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양 팀의 불펜 싸움이 경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우찬 위원은 서재응 위원과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물론 정규시즌에서 KIA를 상대로 삼성 불펜 투수들인 김재윤(7경기 8이닝 6실점 5자책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3), 임창민(8경기 8.1이닝 5실점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0), (우)이승현(5경기 4.1이닝 8실점 1승 1패 평균자책점 16.62), 김윤수(3경기 3.2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12.27) 등의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러나 차 위원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김윤수, 임창민, 김재윤한테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특히 플레이오프 4차전 마무리를 맡은 김재윤의 투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9회 LG의 홍창기, 신민재, 오스틴 딘을 상대로 땅볼과 삼진으로 틀어막고 1-0 승리를 지켰다. 김재윤이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과 같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KIA 타선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삼성에서 제일 불안한 포지션은 불펜보다 선발이다. 원태인, 데니 레예스를 제외하고 길게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부족해 보인다. KIA는 제임스 네일까지 합류한 상태에서 에릭 라우어, 양현종, 윤영철이 선발로 마운드를 책임진다면 삼성은 부상으로 제외된 코너 시볼드의 부재가 너무 뼈아플 것 같다. 7차전까지 치르는 한국시리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양 팀의 시즌 구원 평균자책점은 KIA가 4.98로 3위에, 삼성이 4.97로 2위에 올랐다. 팀 피홈런은 삼성이 164개로 1위, KIA가 141개로 5위를, 세이브/블론세이브는 KIA가 44(1위)/20(공동3위), 삼성이 41(공동 2위)/25(2위)를 각각 기록했다.
서재응, 차우찬 위원은 한국시리즈에서 구자욱이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칠지도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던 구자욱은 다음 날 일본으로 출국해 이지마 치료원에서 전기 자극 치료 등을 받고 귀국 후 4차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서재응 위원은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 구자욱의 이름을 넣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구자욱이 언제부터 선발로 뛸 수 있을지, 선발로 나와도 지명타자가 아닌 수비로 나설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차우찬 위원은 “무릎 인대 손상은 최소한 두세 달은 쉬어야 하는 부상이고, 무리해서 뛴다면 부상 부위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팀도 구자욱도 조심스러울 것”이라면서 “만약 구자욱이 경기에 나선다면 대타로 뛰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다”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할 양 팀의 키 플레이어는 누가 될까. 서재응 위원은 삼성에서는 김지찬을, KIA에서는 나성범을 꼽았다.
“1번 타자 김지찬의 출루가 중요하다(올 시즌 출루율 0.405 9위). 발 빠른 김지찬이 출루한다면 경기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KIA 수비수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성범을 키 플레이어로 꼽은 건 나성범의 방망이가 1차전부터 불을 뿜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최형우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나성범이 자신의 타격감을 찾고 제몫을 해주느냐가 공격의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와 나성범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다. 특히 최형우는 삼성 소속으로 2011~2014시즌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중심 타자이기도 했다.
차우찬 위원은 각각 투수와 타자 한 명씩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KIA에선 양현종과 최형우다. 사실 구위 좋은 양현종은 상대하기 쉽지 않다. 시즌 후반 구위가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3주 이상 쉬면서 충분히 자신의 구위 회복을 위해 노력했을 터라 양현종이 제 구위로 전력 투구한다면 삼성 타선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형우는 정말 무서운 타자다. 중요한 찬스에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는 김헌곤과 김재윤이 키 플레이어가 될 것 같다. 김헌곤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는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김재윤이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해내느냐도 관건이다.”
이범호 감독은 19일 자체 연습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 관전 포인트로 장타력을 꼽았다. 잠실구장에 비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작다 보니 장타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두 팀은 올해 장타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KIA는 팀 타율 0.301, 팀 장타율 0.459, 팀 OPS(출루율+장타율) 0.828을 기록하는 등 팀 타격 지표 거의 대부분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반면에 삼성은 팀 타율이 0.269로 리그 9위였지만,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185개)을 친 팀이다. 팀 장타율은 0.428로 리그 3위를 차지했다.
KIA는 올 시즌 38개의 홈런을 터트린 김도영을 비롯해 소크라테스(26), 최형우(22), 나성범(21) 등 거포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도 ‘거포 군단’이란 별명답게 구자욱(33) 김영웅(28) 박병호(23) 이성규(22) 등이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삼성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배경에는 투수진의 힘도 컸지만 야수진의 뛰어난 수비력이 한몫했다. 정규시즌 수비 실책 순위를 살펴봤을 때 KIA가 146개로 가장 많은 반면 삼성은 81개로 가장 적었다. KIA에서 수비 실책 워스트5에 안에 드는 선수들은 김도영(3루수) 30, 박찬호(유격수) 23, 김선빈(2루수) 10, 이우성(1루/우익수) 8, 김태군 6개 등이다.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나성범의 수비 범위가 좁다는 약점도 지적된다.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은 연습 경기를 통해 수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4일 KIA를 상대로 연습 경기를 치른 롯데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범호 감독에게 “정규시즌 때 수비 연습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데 한국시리즈 앞두고선 (수비) 연습을 매일 했다”면서 두산 시절 자신의 경험을 빗대 수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차우찬 위원은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27세이브로 2위에 올랐지만 후반기 구위 저하 문제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승환 선수가 1이닝도 버거운 상태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경험의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만약 오승환 선수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면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밖에서 보는 시선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과연 한국시리즈에서도 오승환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KIA와 삼성은 21일부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경기를 치른다. 1~2차전은 광주, 3~4차전은 대구에서 열리며, 5차전부터는 다시 광주에서 펼쳐진다. 정규시즌 우승 팀인 KIA 홈구장에서 무려 5차례나 한국시리즈가 펼쳐지는 셈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감독 1년 차인 이범호 감독과 2년 차 박진만 감독의 지략 대결도 또 다른 볼거리다.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느 팀으로 향하게 될까.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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