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유세전 준비를 끝내고 공식 유세전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7일 영양사 전진대회장을 찾았다. 제공=문재인 |
11월27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일을 앞두고 여야 풍경이 퍽 달라 보인다. 우선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확정 지은 새누리당은 11월 19일, 유세지원본부(본부장 김학송) 발대식을 시작으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유세단 공식명칭도 ‘빨간 목도리’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식 홍보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변추석 홍보본부장은 “속 시원하게 우리 유세 전략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어찌 됐건 이 부분도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에 지금 노출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논의 중이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 유세는 분명 일반적인 상품 홍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상품 브랜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맞붙는 싸움이다. 하지만 선거 유세는 단시간 내에 상대와 끝장을 봐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상대가 어떤 전략을 들고 유세에 나서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다. 우리의 유세 전략도 그 부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홍보전문가의 말에서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11월 12일, 유세활동에 쓰일 LED 탑재 유세 차량, 공식선거운동원 4000여 명이 입을 레드 재킷과 모자, 장갑, 귀마개, 어깨띠 등 부속물, 심지어 공식선거운동원이 아닌 일반 지지자들이 입을 드레스코드 까지 담은 ‘종합홍보 제작물 가이드’를 펴낸 바 있다.
새누리당의 유세준비 과정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들도 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새누리당 연예인 홍보단인 ‘스타누리’다. 스타누리는 지난 11월 19일, 유세지원본부 발대식 당시 유세지원본부 산하 공식 기구로 처음 선을 보였다. 배우 송기윤 씨가 단장을 맡았으며 가수 현미·현철·이주노, 배우 심양홍·송재호, 개그맨 한무·김종국 등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새누리당은 공식 유세과정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 가지는 새누리당이 선거유세를 앞두고 ‘프로슈머 마케팅(제품 개발, 생산에 소비자의 참여를 도모하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 본부장은 “이미 대학생 대선 유세 아이디어 공모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또 11월 25일까지 일반 유권자들의 이색 유세 아이디어를 공모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새누리당은 일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23일까지 SNS서포터즈를 모집했으며 당에서 마련하는 공식 홍보물과 문자메시지를 퍼 나르는 ‘국민행복서포터즈’도 상시 모집 중이다. 당내 유세 및 홍보 전략가들의 아이디어는 물론 유권자들의 아이디어까지 알뜰하게 보탠다는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단일화 협상’에 발목이 잡혀 선거유세 준비는커녕 당장 급한 유세차량 계약도 못 하고 있다. 유세지원단 조직 자체는 캠프 초기 이미 꾸려놨지만 조직만 만들어놨지 그 안의 콘텐츠는 전무한 상태다.
민주당 유세지원단 서영철 팀장은 “아시다시피 ‘단일화’가 걸려있기 때문에 아직 전체적인 유세 전략 기조라든지, 계획이라든지 그저 논의 중인 상태다. 유세차 계약도 진행 중이다. 야권단일화 협상 상대인 안철수 후보 측을 자극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조용히 준비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 같은 경우, 지난 11월 19일 유세지원단 발대식을 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미리미리 준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기초 상태다”며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구체적인 유세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원래 선거유세는 후보자와 지지자들이 서로 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점에 중점을 둘 것이다. 또 무엇보다 문재인 후보가 워낙 조용한 분이기 때문에 조용함 가운데 ‘진정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유세 기조를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참여도 부진하다. 앞서의 서 팀장은 “유권자들의 참여는 지난 11월 21일에 끝난 ‘유세단 공식 명칭 공모’ 정도다. 시간상으로 공모전도 참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자원봉사자 80명을 모집해 지난 11월 19일부터 율동연습에 들어간 상태다. 이마저도 로고송 제작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선거유세의 단골손님이라 할 수 있는 연예·문화계 인사들의 참여도 더디다. 일단 공식 연예인 홍보단을 꾸린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은 연예인 홍보단을 꾸리지 않았다. 캠프 멘토단에 합류한 작곡가 김형석 씨가 로고송 제작 일부에 참여한 정도다.
한편 야권 선거유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야권 단일화 이후 양 후보의 통합 선거유세 실현 여부다. 이에 대해 서 팀장은 “물론 그 부분에 대해 지금 논의하기에는 쉽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협의가 되면, 함께 나가야 하지 않겠나.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당시 후보의 선거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나”라며 넌지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제2 상록수·국밥할머니 뜬다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올해 여야 유력 대선후보의 순수한 선거유세 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대략 3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후보 개인당 선거비용제한액인 559억 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컴 대표는 “유력 대선후보들의 선거유세 예상비용 300억 원 중 TV, 신문, 인터넷 광고, 홍보물 제작에 약 200억 원, 선거유세 차량 임대와 운영비에 약 10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거액이 투입되는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한 고효율 전략이 무척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특히 TV 광고와 모바일 두 가지 분야에 주목했다. 그는 “선거유세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60초 TV 광고다. TV 광고는 홍보물 제작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상록수 OST’를 내세워 유권자 감성 자극에 성공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밥 할머니’를 내세워 서민층의 표심을 자극한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TV 광고에서 큰 재미를 봤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부본부장, 민주당 최창익 홍보고문 모두 당대를 대표하는 TV광고 전문가들이다.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들고 TV 광고를 제작할 것인가. 이 싸움이 참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한 가지는 누가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유세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모바일에 연동되는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 동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무척 중요하다. 모바일 경로를 통해 홍보 콘텐츠 유통은 물론 실시간 유세 현황 중계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