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이 본 고 김 아무개 국장의 유서 사진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국장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명품수수 사건’을 조사한 부패방지 분야 전문가다. 그는 사망 직전 지인에게 김 여사 사건 종결 압박을 받아 괴롭다는 취지의 발언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승윤 부위원장이 제공한 사진을 공개하며 ‘본인이 본 사진(유서)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 부위원장은 “맞다”고 답했다. 곧바로 이 의원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정 부위원장이 제출한 사진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서였다. 정 부위원장은 국감에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위증까지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0월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9월 10일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 등을 방문했을 때 이동 과정에서 경찰의 교통통제가 있었는지 질의했다. 당시 김 여사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 수난구조대, 치안센터 등을 찾았다. 조 청장은 통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위증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 청장은 다시 교통통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해당 시간대에 접수된 112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조 청장의 말과 달리 교통경찰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조 처장은 관련 질문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0월 15일 ‘최소한의 교통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부터 국교위 산하 ‘중장기 교육발전 전문위원회’ 내부에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안을 두고 파행이 빚어졌다. 일부 전문위원들이 보수 성향 전문위원들의 계획안 강행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면서다. 이배용 위원장은 찬반 의견이 대립한다는 사실을 보고받을 시간이 없어 8월 8일 이후에 인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월 8일 전부터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이 위증을 했다고 꼬집었다.
각 상임위는 위증 의혹을 받는 증인들을 고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위증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국감이 종료되기 전이고 위증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지 않았을 때 자백하면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된다. 위증은 국회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위증죄 고발은 뒤로 밀려
그러나 위증 의혹에 휩싸인 이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위증죄 고발 절차는 간단하다. 여야 간사가 합의한 다음 표결을 통해 고발을 의결하면 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면 표결을 강행한 다음 고발장을 접수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면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합의가 어려워 표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바람직하고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재판, 김건희 여사 특검, 정치브로커 명태균 여론조작 의혹 파문 등 여러 정쟁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위증죄 고발 건은 후순위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정쟁에 몰두하는 양당이 (위증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전략적 낭비라고 생각해서 방치하는 것 같다”며 “국감 분위기가 이재명 방탄 대 김건희 특검이라는 정쟁 국감이었다. 정책 국감을 하고 위증한 사람들을 고발 조치했으면, (국회의) 영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