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나오세요?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언제쯤 움직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제공=안철수 |
그렇다면 안 전 후보의 지원 시기는 언제쯤 될까.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재하는 대선후보 공식 TV토론회가 12월 4일 열리기 때문에 3일 해단식을 통해 문 후보를 돕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TV토론 이후에 나서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어떻게 돕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선 안 전 후보 외에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문 후보 손잡고 유세 다녀야 한다’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런 그림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게 당의 솔직한 속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전 후보는 어차피 대중 연설은 잘 못하고, 청춘콘서트 같은 행사를 갖는 것도 선거법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TV 연설자로 나서서 새 정치 실현을 위해 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설파하고, 대학가 등을 돌면서 2030세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주면 최상의 지원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손을 이끌고 전국 유세를 다녀주면 최고 아니겠느냐.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지금 상황과 스타일을 볼 때 문 후보를 따라다니는 일은 안 할 것 같다. 기껏해야 한 번 정도 해줄까? 결국 따로 다니면서 TV 연설, SNS 선거운동, 투표 독려 운동 등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안철수 사단도 해체와 재결집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일단 캠프 사무실에서 일했던 30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은 안 전 후보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캠프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단일화 협상 과정 등을 담은 백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백서는 그 성격상 민감한 내용들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백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선을 앞두고 문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백서를 내놓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캠프 핵심 조직 외 전국의 지역 조직들은 이미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특히 호남 쪽 조직들은 문재인 후보 지지로 대부분 정리되는 상황인데 일부 교수들만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조직들도 안 전 후보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데 3일 해단식에서 메시지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 멘탈 붕괴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월 23일 대선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난 뒤 캠프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CS코리아 절반 탈퇴, 일부 박 품으로…
모두가 놀랐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조차 낌새를 못 챌 정도로 안철수의 사퇴는 급작스러웠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문재인 캠프 측도, 문-안 단일화를 ‘지나친 정치공학’이라 비난해오던 박근혜 캠프 측도 속내는 다르겠지만 이날만은 함께 놀랐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측이 승기를 잡게 될 터였다.
하지만 안철수 지지자들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직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절반은 일찌감치 문 후보 지지로 옮겨갔고 20% 정도는 박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층, 즉 부동층 역시 20%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사퇴 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치는 현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안 전 후보의 외곽조직을 자처했던 ‘철수산악회’는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조직 ‘CS코리아’는 20만 명에 이르던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탈퇴했으며 이탈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중 일부는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 측이 진작부터 선을 그어오긴 했지만 수적으로는 분명 도움이 됐을 조직들이 뿔뿔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안 전 후보의 공식 팬클럽인 ‘해피스’ 홈페이지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대체로 안 전 후보의 선택을 믿고 격려하는 분위기였지만 의견은 달랐다. 다음을 기약하자며 문 후보에게 표를 주자는 의견은 ‘민똥당(민주통합당) 알바’라며 비난을 샀고, 차라리 기권하자는 게시글에는 “그게 바로 새머리당(새누리당)이 원하는 바”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부동층으로 대답하거나 대선투표용지에 ‘안철수’ 이름을 적고 기표해 안 전 후보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자는 제안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런 분열 현상이 일어난 까닭은 안철수라는 ‘고리’로 묶였던 지지자들의 성격이 실은 한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에 중점을 둔 지지자는 문 후보를 택했고 ‘새 정치’를 열망하던 지지자는 부동층으로 남았다. 새 정치를 바랐던 보수 성향 지지자는 새누리당으로 돌아갔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8일 “내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칩거 5일 만이었다. 평소 그의 화법대로라면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전 후보는 이미 결심이 섰고, 적절한 타이밍(문 후보를 극적으로 돕는)을 노리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 측근들을 통해 나오기도 한다.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안철수. 그러나 지지자들의 셈법이 하나가 아닌 까닭에 그 판단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다시 여러 성향의 지지층을 한데 묶는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으면 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오는 3일 안 전 후보 캠프는 자살소동으로 한 차례 미뤄졌던 해단식을 갖는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