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민주통합당은 해당 업소에서 불법 성매매가 있었는지, 박지만 회장의 출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뜨겁게 달아오른 대권 정국에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박지만 빌딩’ 논란을 추적했다.
EG그룹은 지난 2월 논현동 대로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과 토지를 210억 원가량에 사들인 바 있다. 이 금액은 EG그룹 총자산액 500억 원의 40%에 달한다. EG그룹은 계약금 2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완납했다. EG그룹 측은 부동산 구입에 대해 “기존사업의 확대 및 신규 성장사업 발굴에 따른 효과적인 업무환경 확보를 위한 신사옥 구입”이라고 설명했다.
EG그룹이 사들인 건물은 논현동 중심가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뒤쪽 골목은 언뜻 보기에 주택가 같지만 군데군데 정·재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고급 음식점과 술집들이 눈에 띈다. 조직폭력배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음식점의 경우 재벌 총수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EG그룹 소유 빌딩 지하에서 영업 중인 고급 룸살롱 입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11월 초 <일요신문>은 EG그룹 건물 지하에서 룸살롱이 성업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해당 건물을 수차례 방문했다. 그 결과 1층엔 커피숍이, 6층엔 골프 연습장이 있었고 나머지 2~5층은 EG그룹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물 지하엔 강남 일대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한 T 유흥주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T 주점은 대한민국 상위 1%가 즐겨 찾는다는 속칭 ‘텐프로’급으로 분류된다. T 주점 관계자는 “이 근방엔 J 업소를 비롯해 유명한 텐프로가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가게는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면서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올 수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지난 11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살펴본 결과 자정에 가까운 시간 이 건물 주변은 T 주점을 방문하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점 주차 요원은 “지금 길가에 서 있는 차들은 모두 T 주점에 오는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그순간에도 마담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몇몇이 가게 앞에서 예약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취재진이 T 주점에서 일하는 한 마담에게 손님을 가장해 전화를 걸어 “지금 방을 빼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T 주점엔 룸이 25개 안팎이고, 출근하는 아가씨들은 20명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성매매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T 주점에 자주 출입했다는 한 사업가는 “예전부터 그곳엔 텐프로가 있었다. T로 이름이 바뀐 지는 2년 정도 된 것 같다”면서 “손님과 아가씨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은 몰라도 화대가 오가는 성매매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사업가에 따르면 성인 남성 세 명이 한 시간 반가량 술을 마실 경우 300만~4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T 주점이 텐프로라는 사실만으로 EG그룹이나 박지만 회장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T 주점은 EG그룹이 건물을 매입하기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대권주자 친동생이 경영하는 회사 건물에 텐프로가 있다는 것은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빌딩에 유흥주점이 있다는 것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실제로 이 소식을 접한 민주통합당은 화력을 총동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문재인 캠프 박용진 대변인은 영등포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지만 씨 소유 건물에서 ‘텐프로’라 불리는 룸살롱이 성업 중이며 하룻밤 술값만 수백만 원에 이르고 개별적으로나마 성매매도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박 후보가 몰랐다면 문제이고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박 후보가 과연 ‘여성대통령론’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민주통합당 일각에선 T 주점에 박지만 회장이 드나들었다는 소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T 주점에서 불법 성매매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사례 등을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박지만 회장은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이자 우리에겐 좋은 공격 대상이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면서 “T 주점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다각도로 추적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는 “박지만 회장과 텐프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민주통합당의 억지 공세”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조원진 새누리당 불법선거감시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T 주점 임대차 계약은 전 소유주와의 계약으로, 건물을 인수한 박지만 씨 회사 EG그룹은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 내용증명을 통해 밝혔다”며 “임대계약 종료 후 자진 명도하지 않은 임차인을 상대로 회사 측이 명도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