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피 상품이 편성되면 그 때부터 홈페이지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1:1상담 게시판뿐 아니라 ‘칭찬합시다’ 등 글을 적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모피 반대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오는 것.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삭제한다는 홈페이지 운영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관리자의 손길이 바빠진다.
그러나 이는 전초전일 뿐 방송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무기는 전화. 상담이나 주문을 위한 전화번호를 이용해 판매를 방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A사 홈쇼핑 상담원은 “상담을 하는 척하면서 전화를 걸어 모피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한다. 먼저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끝까지 듣고 있긴 한데 결국 구입하지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모피 방송 때만 전화를 거는 고객도 있지만 딱히 대응할 방법은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난감한 상황은 모피뿐만 아니라 가죽 제품을 판매할 때도 종종 발생한다. 앞서의 상담원은 “쇼핑호스트의 멘트 하나까지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고객들의 전화가 걸려오면 진땀을 뺀다. 한번은 가죽가방을 판매하는 방송에서 쇼핑호스트가 ‘땀구멍 하나 없이 촘촘하고 부드럽습니다’라는 멘트를 하자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가죽을 벗겨야만 땀구멍이 없는데 그런 비윤리적인 짓을 저질러서 돈을 벌고 싶느냐고 따져 혼쭐이 났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