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을 최종 우승자로 배출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4>의 제작진이 밝힌 총 지원자수는 무려 208만 명이었다. 시즌1~3에 각각 71만 명, 135만 명, 196만 명이 몰렸다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물론 해외 오디션을 거쳐 본선에 오른 지원자도 있고 매 시즌 중복 지원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000만 대한민국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이 <슈퍼스타K 4>에 지원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시즌3에 접어들었고,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 시즌2’도 막이 올랐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방송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은 의문을 갖게 된다. “아직도 출연할 만한 숨은 고수들이 있나?”
그 동안 왜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않았나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진 지원자는 항상 등장한다. 로이킴이 그랬고 <위대한 탄생3>의 한동근과 ‘다리꼬지마’라는 자작극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K팝스타 시즌2’의 악동뮤지션 등이 등장과 동시에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수많은 기사를 양산했다.
제작진 입장에서 이런 지원자들은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상 양질의 지원자가 없으면 오디션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 좋은 지원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오랜 기간 가수의 꿈을 키워온 적극적인 지망생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시작한 초창기에 이미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평가대에 올랐다. 각 방송사별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한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이 중도 탈락했다고 다른 프로그램에 또 다시 도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작진이 확보할 수 있는 실력자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각 제작진은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있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지원자를 기다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짊어지고 갈만한 지원자를 찾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제작진이 가장 많은 소스를 얻는 곳은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동영상 사이트다. 유튜브 등에는 아직 정식 데뷔하지 않은 실력파 ‘유튜브 스타’들의 동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작가들은 이런 루트를 통해 접한 실력자들에게 먼저 출연 제안을 건네 섭외하곤 한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지원자는 출연을 결정하는 동시에 유튜브에 올렸던 자신의 공연 동영상을 모두 차단시키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진이 해당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주문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과거 활동 자료들이 노출돼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국 중ㆍ고등학교에 SOS를 보내기도 한다. 숨어 있는 고수를 찾기 위해서다. 과거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이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학교 주위를 배회했던 것처럼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발로 뛰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적극성이 부족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 학교를 통해 추천을 받으면 지원자들의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에 각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와 제작진 간 물밑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제작진이 먼저 출연을 제안한 만큼 일정 단계까지는 합격을 보장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일찍 탈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지원자에게는 더 없이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 거주하는 실력자에게는 왕복 비행기 값을 비롯해 한국 체류 기간 동안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풍문처럼 들린다. 학업 또는 생업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계 인사는 “원래 해외 예선에서 합격해 본선에 합류한 참가자에게는 경비 등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 외에 또 다른 보상이 있었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밝히지 않는다면 알 길이 없다.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제작진뿐만 아니라 자신도 큰 망신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의 은밀한 거래에 대한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들릴 뿐 실체를 찾긴 힘들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지원자 역시 제작진의 특별 관리 대상자다. 그들의 재참여를 요구하기보다는 주변 인맥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슈퍼스타K>의 제작 관계자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열의에 찬 지원자들은 통상 같은 꿈을 가진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평소 노래 연습을 한다. 때문에 그들 주변에서 숨은 실력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슈퍼스타K 3>에 참가해 톱10에 합류했던 신지수와 이건율은 각각 <슈퍼스타K 2>를 통해 스타가 된 허각과 김지수의 친구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두 사람은 대단한 홍보효과를 누렸고, 뛰어난 실력으로 또 한 번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관계자는 “<슈퍼스타K> 시리즈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자 수도 타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히 많고, 지원자를 관리하고 선별하는 노하우도 남다르다. 때문에 회가 거듭돼도 대중을 놀라게 할 만한 실력자들이 등장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을 조달하는데 한계를 느낀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익숙한 나라를 공략하다가 이제는 남미와 동남아시아 오디션도 열고 있다. <슈퍼스타K>의 존박 투개월 크리스티나 김정환,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 배수정 권리세 셰인 에릭남, ‘K팝 스타’의 박제형 김나윤 등이 모두 해외 오디션을 통해 건진 보석이었다.
Mnet 관계자는 “<슈퍼스타K 4>가 군부대 오디션을 실시한 것도 더 많은 지원자들과 만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는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똑같이 안고 있는 숙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력 좋은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