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면은 팔도 전체의 위상까지 급격히 높였던 제품이다. 꼬꼬면이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팔도는 라면업계 만년 꼴찌에서 단숨에 오뚜기를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출시 5개월 만에 1억 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소위 ‘없어서 못 파는’ 꼬꼬면에 자극 받은 경영진은, 모자라는 공급 물량을 대기 위해 기존 공장(이천) 제조 라인 증설과 신공장(나주)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한 한국야쿠르트에 소속됐던 기존의 라면·음료 브랜드 ‘팔도’를 올 1월 1일부터 독립법인으로 지위를 격상시켰다.
분가해 나가는 품 안의 자식을 위해 한국야쿠르트는 재정적 리스크까지 떠안았다. 돈이 부족한 팔도의 대대적 투자를 돕기 위해 약 3000억 원의 지급보증까지 섰던 것. 하지만 하얀 국물 열풍이 ‘반짝’하고 소멸해 버리자 꼬꼬면 판매량은 전성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현재 꼬꼬면의 점유율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며 판매순위 30위권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팔도는 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 8월 빨간 국물의 신제품 ‘앵그리꼬꼬면’을 출시했다. 자존심이 이미 구겨진 꼬꼬면에 대해 소비자들의 수많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꼬꼬면의 실추된 명예회복을 시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출시 4개월이 지났지만 매출은 아직 신통치 않다는 게 팔도 측 설명이다. 팔도 관계자는 “(앵그리꼬꼬면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나주 공장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1초에 7개가 팔리며 품귀 현상을 빚은 꼬꼬면의 생산 증대를 위해 지은 공장이지만 정작 꼬꼬면(봉지면)은 여기서 생산되지 않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현재 용기면 3개, 봉지면 1개 라인이 가동 중”이라며 “봉지면 1개 라인에서도 꼬꼬면은 생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의 봉지면 라인에서는 ‘남자라면’, ‘일품해물라면’, ‘일품짜장면’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나주공장의 역할은 ‘도시락’, ‘왕뚜껑’ 등 용기면 수출에 무게를 둔 상태다.
팔도 분사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자사에 의존하는 팔도의 사업구조를 바꾸려 했던 한국야쿠르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 굳게 믿었던 꼬꼬면의 끝없는 추락으로 독립시킨 자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품 안에 보듬어야 할 형편까지 내몰리게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없어서 못 팔던 꼬꼬면 증산을 위해 생산 능력이 부족한 팔도가 빚잔치를 벌이며 지난 5월 나주에 새 공장까지 지었지만 이 같은 결정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꼬꼬면 수요 예측을 잘못한 책임을 물어 팔도가 이미 책임 라인에 있는 부문장급 인사들을 상대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데 이어 한국야쿠르트로의 재통합 수순까지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올해 분리가 됐는데) 어렵지 않겠느냐”며 “(만약 진행되더라도 그런 일은 최고위층에서 비밀리에 결정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