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거나, 3월 12일까지 탄핵 심판 결과를 내놓지 않을 경우엔 4·2 재보궐 선거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재보궐 선거는 혹시 모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별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감 선거를 비롯한 기초지자체장 선거가 전국 각지 주요 포인트에서 펼쳐지는 까닭이다.
전통적인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PK와 충청에선 부산시교육감, 거제시장, 아산시장 선거가 열린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후보가 각각 어느 정도 득표를 하는지에 따라 부산 전역에 걸친 진영별 표심을 점쳐볼 수 있다.

부산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부산 전역이 선거구이지만, 교육감 보궐선거 특성상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면서 “부산지역 정치 적극 참여층 표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거제시장과 아산시장 선거는 경남과 충청 표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승부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피말리는 혈투가 펼쳐진 무대이기도 했다. 거제시장 선거에선 박종우 전 거제시장이 387표(0.39%p) 차이로 변광용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아산시장 선거에선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1314표(1.13%p) 차이로 오세현 민주당 후보를 꺾고 시장실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종우 전 거제시장과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 사퇴로 펼쳐지게 됐다. 문 전 구청장은 2024년 196억 3446만 원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시 구청장 중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이었다.
정부는 문 전 구청장에 대해 170억 원 상당 주식을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문 전 구청장은 주식백지신탁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문 전 구청장은 불복 소송에서 2심까지 패소했고, 2024년 10월 15일 구로구청장 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국민의힘과 협의 없이 이뤄진 갑작스런 사퇴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구로구청장 선거 무공천을 결정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후보를 냈다. 원외 보수정당인 자유통일당에서도 후보를 공천했다. 지도부 내홍을 겪고 있는 개혁신당도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심장부에서도 기초지자체장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 TK의 김천시장, 호남의 담양군수 선거다. 김충섭 전 김천시장과 이병노 전 담양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직을 상실했다.
김충섭 전 김천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75.06%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무소속 후보군을 압도하는 결과였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황태성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계열에서 김천시장 후보를 낸 건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7년 만이다.
국민의힘이 아직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은 가운데, 무소속 후보 3명이 출마를 결심하면서 김천시장 선거 구도는 예전과 사뭇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의 심장’ TK에서 펼쳐지는 선거인 만큼, 국민의힘에 대한 표심이 얼마나 결집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야권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시기에 호남 민심 결집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면서 “검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호남 표심을 결집하자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호남 민심은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담양군수 보궐선거에 조국혁신당 등 다른 진보정당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한 국면에서 펼쳐지는 담양군수 보궐선거가 ‘숨은 승부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없이 기초지자체장 선거 위주라는 점이 변수”라면서 “기초지자체장 선거는 동네 평판이라든지 지역적인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정치적 바로미터가 되기엔 선거가 펼쳐지는 지역별 변수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된 해석을 하기엔 섣부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지역별로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엔 의미 있는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