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선거는 '몰표'에 가까운 결과였다. 선거인단 192명 가운데 183명이 투표하는 높은 참가율을 보였다. 투표에 나선 183명 가운데 156명이 정몽규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85%가 넘는 득표율이다. 결국 당선증은 그에게 쥐어졌다. 함께 경쟁해온 신문선, 허정무 후보는 각각 11표와 1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정몽규 회장은 숱한 논란을 만들어 왔다. 특히 2024 각급 국가대표팀이 수모를 겪으면서 그 화살은 회장직을 맡고 있던 그에게 쏟아졌다. 연초 아시안컵에서 A대표팀은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이어진 U-23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머무르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쳤다.
아시아 최강급 전력을 갖추고도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A대표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을 향한 비판은 절정에 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 이후 사령탑 공백으로 임시 감독 체제가 이어지다 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석연치 않은 감독 선임 과정을 거치며 협회와 정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에 대해 특정 감사를 진행, 27가지의 비위를 지적했다. 이에 더해 협회에 정 회장을 향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표심은 일방적이었다. 투표가 진행된 2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마치 '한국축구 올스타전'을 방불케 했다.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은 국내 각급 연맹의 임원, 프로 구단 임원과 지도자, 선수 등이 일부 포함됐다. 이에 한자리씩 맡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인사들과 불과 지난 주말에도 그라운드에서 골까지 기록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 156명의 선거인단은 정몽규 회장과 관련된 그간의 논란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현장 분위기는 '결국은 정몽규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얻어낸 표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치였다. 표를 받은 당사자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당선이 결정된 이후 "50%에 1%만을 더 바랐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셨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결과에 다른 후보들의 경쟁력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축구인은 "인지도를 제외하면 두 후보가 행정가로서 정몽규 회장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선거인단이 판단한 것 같다"면서 "선수, 지도자, 해설가 등의 경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행정가로서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자들의 역량 차이가 일방적인 결과로 나왔다는 해석이 따른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지지는 축구팬 사이에서는 바닥을 쳤다. A매치는 물론 K리그 현장에서도 '정몽규 나가'라는 외침이 울린 바 있었다. 그럼에도 투표권을 가진 축구인들의 선택은 정몽규 회장이었다.

일부에선 선거 캠프를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의 캠프에는 과거 축구계에서 부정을 저지른 인물이 소속돼 있다는 것이었다. 선거 현장에서도 특정 인물이 콕 집어 언급됐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했다. 앞서 대한체육협회 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전임 회장이 3선에 실패했다. 축구계 내에서도 '대학축구 대통령' 변석화 전 회장이 7선 도전 선거에서 낙선했고, 전임회장 유고로 실시된 여자축구연맹 회장 선거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자연스레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도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몽규 회장의 연임이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대한체육회나 대학연맹 선거에서는 참신한 이미지를 주는 후보들이 의외의 결과를 냈다. 축구협회 후보 중에서는 정 회장이 가장 젊다. 앞선 선거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큰 반전은 없었다. 낙선한 두 후보는 '정몽규 비판' 외에는 예리한 전략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정 회장은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현장에는 영상을 찍어 보내는 섬세한 스킨십을 선보였다.
이 같은 상황 덕에 정 회장은 85%라는 절대적인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한 축구계 인사는 "축구계 안과 밖의 온도 차가 많이들 예상한 것보다도 더 컸던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다시 축구협회장으로서 4년의 임기를 이어가게 된 정몽규 회장이다. 큰 고비를 넘겼으나 그에게 남은 과제는 많다. 당선증을 받아 든 직후 그는 "이번 겨울, 마지막 추위는 유난히 길고 차가웠다. 이제 봄이 다가오듯, 축구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문체부 징계 건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앞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에 축구협회는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됐다. 그러면서 그가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추후 정지된 징계 집행이 재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 내 굵직한 목표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손쉬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2026년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다. 아시아 대륙에 걸린 본선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다. 홍명보호는 현재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B조 1위로 순항 중이다.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조기에 본선행 확정이 가능하다. 3월 A매치 기간 홈 2연전이 예정돼 있어 향후 일정도 수월하다.
정 회장이 오를 시험대는 '대회 유치'다. 지난 12년의 임기 동안 그는 여러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를 유치하려 나섰으나 성공에 이른 것은 2018 FIFA U-20 월드컵뿐이었다. 당시 대회는 이승우, 백승호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출전과 맞물려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어진 대회 유치 실패는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다. 2023 AFC 아시안컵 유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었다. 대통령실에서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고 당시 정 회장 역시 자신감을 보였으나 고배를 마셨다. 복기해보니 대회를 유치한 카타르와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지금 국내 상황이라면 영원히 메이저 대회 개최권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이번 선거기간 자신의 공약으로 2031 AFC 아시안컵, 2035 FIFA 여자 월드컵 유치를 내세웠다.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로 만들어진 인프라가 낡아가는 현재, 그의 포부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그가 꾸준히 밀고 있는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승강제 정착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