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안 씨가 7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2006년 11월 7일 새벽 경기도 여주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일요신문DB |
스스로 '고문예술가’라 자칭했던 이근안은 영화 <남영동1985>를 봤을까. 봤다. 그렇다면 과연 이근안은 참회했을까. 이근안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생각과 근황을 전했다.
이 씨는 최근 <경항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남영동1985>는 실제보다 과장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이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3월부터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목사로서의 신앙생활에 대해서만 쓰려 했는데, <남영동 1985> 영화가 나온다 해서 방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영화에 사실과 다른 과장이 너무 많아 계획보다 일찍 자서전을 탈고했다”고 덧붙였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받았던 고문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영화다. 김 전 고문을 고문했던 장본인이 바로 이 씨다.
이 씨는 “'칠성판'(원래는 관에 시신을 넣을 때 바닥에 까는 장례용품을 말한다. 고문 피해자들에게는 물고문이나 전기고문용으로 사용된 나무판을 지칭하는 용어)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딱 두 사람에게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고문도) 면도기 같은 것에 들어가는 건전지로 위협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영화에서는 물고문이라고 해서 호스로 물을 막 퍼붓던데, 사실은 물에 적신 수건으로 호흡을 곤란하게 한 것인데 얼토당토않게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사건만 해도 27년 전 사건인데 그 멍에를 혼자 지고 살아야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사도 나를 버리고, 조직에서도 버림받고, 국가도 날 버린 게 아니냐. 씹다 버린 껌처럼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자신의 사과를 받아준 김근태 전 고문에 대해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파킨슨병으로 사망했다는데 고문 후유증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씨는 2008년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한 분파에 소속돼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김근태 상임고문이 사망한 후 여론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올 1월 목사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