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15일 1심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을 몰랐다는 발언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이 박근혜 정부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기소된 지 799일 만에 나온 판결이다. 예상 밖의 중죄가 선고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판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본격화했다.
그러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현재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열린다. 윤 대통령이 숙적인 이 대표의 정치적 활로를 열어준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재판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이 대표가 항소 이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기록 통지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꼼수 논란이 제기된 후 이 대표는 2024년 12월 23일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1월 6일에는 변호인을 새로 선임했다. 이 대표 측은 2월 4일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허위사실공표죄가 위헌인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의 ‘행위’라 함은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 원칙을 확보하지 못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다시 이 대표가 ‘재판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019년 11월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상습적으로 재판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반박했다.
#조기 대선 경우의 수
재판부는 3월 26일 2심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이는 ‘선거 판결 6·3·3 원칙’을 지키라는 ‘조희대 대법원’의 기조에 부합하는 결정이다. 이 원칙은 “선거범 재판의 선고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270조를 일컫는 말이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22대 총선 선거 사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이 규정을 준수해 달라는 취지의 권고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 대표 재판에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선 경우의 수도 복잡해졌다. 헌재 탄핵 심판 선고일은 3월 중순이 유력하다. 헌재는 윤 대통령 최종변론기일 직후인 2월 26일부터 3월 17일까지의 일정을 비워둔 상태다. 3월 17일 이전에 심판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결정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3월 중순에 결정이 나온다고 했을 때 선거일이 공고되면 각 당은 3월 말에서 4월 초 경선을 실시한다. 4월 말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절차를 거친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5월 중순 21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다.
현재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이재명 대표다. 3월 4일 한국사회연구소가 디지털타임스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지율 42%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권 주자들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9.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7.8%) 오세훈 서울시장(7%) 홍준표 대구시장(6.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1.6%)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5%) 등으로 집계됐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2심에서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 수준의 판결을 받으면 대선 지형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상대 후보들이 이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 표심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검사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의혹’ 등 다른 사안들도 거론될 수 있다는 점도 이 대표로선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은 자칫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대표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내에선 플랜B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 대표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이 6·3·3 원칙을 지키면 6월 26일 상고심 선고가 나온다. 3월 중순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대선이 끝나고 나서야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5월 판결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신속한 결론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대법원이 재판 일정 관련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선 전 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이재명 때리기’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조기 대선이라는 불리한 구도를 타개할 보수진영의 거의 유일한 공격 수단으로 꼽힌다. 위증교사 관련 재판이 무죄가 나온 상황에서 허위사실 공표 재판까지 무죄로 뒤집히면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뜨거운 감자, 헌법 84조
2심에서 유죄가 나온 다음 대법원 선고 전 이 대표가 당선될 수도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불소추 특권에서의 ‘소추’는 검사의 공소제기뿐 아니라 재판수행까지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2월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에서 민주당은 플랜B 없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선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기소돼 진행 중인 재판은 당선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4일 “대통령 당선증은 면죄부가 아니다”며 “떳떳하다면 이 대표가 스스로 ‘대통령에 당선돼도 모든 재판을 당당하게 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소추’ 범위를 놓고서도 마찬가지다. 소추에 공소제기와 재판수행까지 들어간다는 주장과 소추와 재판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대법원이 ‘법률심’이라는 점도 쟁점이다. 법률심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심리·판결하지 않는다. 이전 재판에서 법리해석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률심은) 양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유지된다. 상고 이유서 정도만 필요하다”며 “대법원은 상고 이유서가 제출되면 그 자체를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상황이니 공소유지라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미국 대법원을 근거로 대법원이 이 대표의 여러 혐의를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재임 중 행위는 포괄적 면책 대상’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법체계는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의 대통령 면책 조항은 왕정 시절의 ‘국왕 면책 조항’에서 유래했다. ‘왕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통령 재임 기간 있었던 일은 영원히 면책된다.
반면 한국은 제헌 헌법 때부터 이 조항을 배제했다. 면책 조항은 오직 재임 중에만 기소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5년 동안 유예될 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 재판은 임기 후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한상희 교수는 “법의 이념 이야기를 할 때 정무적인 판단은 ‘목적성’에 해당한다. 법리적인 판단은 ‘정의의 원칙’에 해당한다”며 “두 가지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전 세계 모든 대법원이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