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유독 KBL에서는 외국인 선수 활약에 울고 웃는 일이 많다. 외국인 선수의 꾸준한 활약에 팀이 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좋은 기량을 갖추고도 팀 내 불협화음을 일으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다.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KBL에는 그간 외인이 좋은 활약을 보이다가도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으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시즌 역시 유사한 사례는 반복됐다.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가진 기량을 보여준다면 리그 최상급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독단적인 플레이를 일삼는다든지, 의욕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팀에 걱정거리를 안긴다. 팬들은 이 같은 광경을 바라보며 문제로 지적되는 외국인 선수들을 '금쪽이'로 부른다. 이들이 마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말썽쟁이 아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 탓이다.
10팀이 정규리그에서 경쟁, 6위까지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리그에서 대다수 구단들의 1차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다만 6강 진출권에 있다고 해서 구단에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원주 DB는 치나누 오누아쿠의 들쭉날쭉한 활약으로 속이 까맣게 탔다. 시즌 전 컵대회에서 여전한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리그에서는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수비에서 불성실한 플레이로 매치업 상대에게 다득점을 허용했고, 공격에서는 기대한 바와 다르게 외곽슛을 연달이 던지며 공격 기회를 날렸다. 결국 우승 후보 DB는 6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바 있다.
오누아쿠는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과거 DB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 참가를 거부해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징계 이후 돌아온 고양 소노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도 일부 동료들을 무시하는 듯한 플레이로 지탄을 받았다.
울산 현대모비스 역시 시즌 전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큰 주목을 받은 팀이다. 2020-2021시즌에 팀과 동행하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숀 롱이 돌아온 덕분이다. 당시 롱은 리그 유일의 평균 20득점 이상, 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자원이었고 약체로 예상되던 팀을 정규리그 2위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돌아온 롱의 활약 역시 기대를 밑돈다. 기량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의욕이 문제로 꼽힌다. 심판 판정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거나 백코트를 하지 않아 팀에 마이너스가 됐다.
이에 현대모비스 구단은 2옵션 게이지 프림에게 롱과 비슷한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 이내에서 꾸준히 경쟁을 이어 나가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다만 프림 또한 금쪽이 기질이 있다는 것은 여전한 위험 요소다. 한국 생활 3년차인 프림은 이전부터 잦은 흥분과 파울이 문제로 지적 받는다. 이번 시즌 역시 2회의 5반칙 퇴장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이는 롱과 시간을 나눠 경기의 절반 정도만을 소화하면서도 만들어낸 기록이다.
부산 KCC는 개막 전후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진 팀이다. 이들 역시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에 실패했다. 리그 MVP 출신이자 NBA 경력자 디온테 버튼을 데려오며 화제를 모았으나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첫 경기에서 40점을 올리며 화력을 과시했으나 12분 출전에 1점에 그치는 날도 있었다.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경기에서도 독단적 플레이를 일삼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의 기복에 구단의 성적도 플레이오프 진출권과 멀어졌다. 결국 KCC는 공들여 영입한 그를 지난 1월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속을 썩이는 금쪽이들만 KBL에서 뛰는 것은 아니다. 건실한 활약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도 존재한다. 서울 SK의 자밀 워니는 KBL 대표 모범생으로 꼽힌다.
워니와 SK의 인연은 벌써 6시즌째 이어지고 있다. 매시즌 리그 득점 순위 상위권에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그는 이번 시즌 역시 평균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농구 외적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농구계에선 워니에 대해 "과거 미국 대표팀 경력이 아니었다면 귀화선수로 워니가 가장 먼저 고려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모범생 워니는 이번 시즌 중 예상치 못한 '기행'으로 구단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팬들과 소통하던 그는 갑작스레 이번 시즌을 마치고 코트를 떠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1994년생으로 30대 초반에 불과해 한동안 현재 기량을 선보일 수 있기에 당황스러운 결정이었다. 구단과의 협의도 거치치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SK 구단은 일단 올 시즌 남은 일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간 정규리그 선두를 지켜오며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SK는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면 워니의 현역생활이 길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앞서 밝힌 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면 구단으로선 대체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앤드류 니콜슨도 리그를 대표하는 모범 외국인 선수다. 평균 20점이 넘는 득점력으로 팀을 이끈다. 2m가 넘는 장신임에도 3점슛 성공률이 40%를 웃돈다. 그의 활약 덕에 가스공사는 6위권 이내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DB 구단은 ‘애물단지’ 오누아쿠에 대한 해답으로 2옵션 외국인 선수의 교체를 선택했다. 주인공은 역시나 KBL 경력이 있는 오마리 스펠맨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스펠맨 역시 트러블 메이커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확실한 기량을 갖췄으나 자기관리 부실로 급격히 체중이 늘어 KBL 커리어를 길게 끌고 가지 못한 전력이 있다. DB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현재 이전에 비해 날씬해진 몸매로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반전을 만들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오누아쿠가 갑작스런 부정맥 시술을 받으며 전력에서 이탈해 스펠맨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DB 베테랑 이관희는 최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펠맨 합류 이후 좋은 팀 분위기를 언급하며 "오누아쿠가 누구죠?"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금쪽이로 낙인이 찍히며 KCC에서 정관장으로 트레이드된 버튼은 명예회복을 벼른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했던 KCC에서와 달리 정관장에서는 볼 핸들러 역할을 맡아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전까지 리그 최하위였던 정관장의 순위는 버튼 합류 이후 7위까지 올랐다. 정규리그를 마무리하는 시점, 버튼에게 붙었던 '금쪽이 꼬리표'가 떼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