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기동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훈련을 오래 쉬거나 느슨하게 진행해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훈련을 재개했으나 이때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집회·시위 대응보다 다중운집 인파 관리에 주력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은 3월 중순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사회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인용될 경우 '폭력 사태'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탄핵 반대' 극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던 거친 구호들이 여당으로도 옮겨 붙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3·1절 탄핵 반대 광화문 집회에서 "헌법재판소 때려 부수자" 등을 외쳐 논란을 키웠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조직적인 헌재 난입 모의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이미 수사에 돌입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헌재 도면을 유출했다. 이 밖에 "한복 입고 관광객인 척 난입" "방망이와 헬멧 준비하자" 등 글도 잇따라 게재됐다. 둔기 등을 인증한 사진도 많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이 윤 대통령 구속 후 약 두 달째 반복되고 있다.
이를 단순 장난 정도로 넘기기 힘든 배경은 단연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때문이다. 이 사태로 130여 명이 입건되고 79명이 구속됐다. 그럼에도 일부 탄핵 반대 진영에선 여전히 이들을 추종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선고일 '갑호비상' 발령을 적극 검토 중이다. 비상근무 태세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발령되면 일선 경찰관들의 연가 사용이 중지된다. 경찰력이 100%까지 동원될 수 있다는 신호다. 서울경찰청이 건의하고 경찰청이 승인하는 형식을 거쳐 발동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갑호비상 발령 실효성이다. 이른바 1·19 서부지법 사태 때 경찰은 과격 시위대에 속절없이 당했다. 물론 폭력 시위대 잘못이 크다. 하지만 경찰기동대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가 시위진압이란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경찰은 폭력 앞에서 '무기력'했다. 법치를 향한 심각한 도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요신문은 전국 시·도경찰청 18곳에 '2020∼2024년 훈련점검 실시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훈련점검은 각 시·도경찰청장이 직접 기동대 훈련 상태를 검사하는 자리다. 일선에선 '지휘검열'로 불린다. 매년 상·하반기 총 2차례씩 진행한다. 점검 대상 부대들은 이 자리를 위해 한 달가량 고강도 훈련을 거친다. 일찍이 시대적 유물이 된 화염병을 아직도 활용하는 등 현실보다 과장된 시나리오로 훈련을 실시, 실전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훈련으로 꼽힌다. 경찰기동대 사이에선 연중 가장 고된 과제로 불린다.

구체적으로, 2020∼2021년 훈련점검을 진행한 곳은 광주경찰청과 인천경찰청 두 군데뿐이었다. 광주청이 매년 2회씩 총 4차례, 인천청은 2021년 1차례 했다. 다른 지역 경찰청은 훈련을 못 했다. 광주청 관계자도 "코로나19 때문에 통상적인 대규모 훈련은 못 했다"며 "소규모 단위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22년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됐으나 경찰 훈련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해 훈련점검을 진행한 곳은 △경기남부경찰청(2회) △경기북부경찰청(1회) △충북경찰청(1회) △광주경찰청(2회) 4곳에 그쳤다. 이 기간 강원경찰청과 제주경찰청은 기동대를 신설했는데 훈련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2023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그해 훈련점검을 한 곳은 △경기남부경찰청(1회) △광주경찰청(2회) △부산경찰청(1회) △경남경찰청(1회) △경북경찰청(1회)으로 5곳에 불과했다. 훈련 내용은 기존 집회·시위 관리에서 조금 벗어났다. 전년도 발생한 이태원 참사 여파로 '다중운집 인파 관리'가 주를 이뤘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은 2024년에야 훈련을 재개했다.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충남경찰청, 광주경찰청, 경남경찰청, 전북경찰청 6곳이 2회씩 진행했다. 나머지 12개 시·도경찰청은 1차례 훈련했다.
'1·19 서부지법 사태'는 오랜 기간 사라진 줄 알았던 집단 폭력시위가 다시 등장했단 자체로 이례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통계는 경찰기동대가 폭력시위 '실전'뿐 아니라 '훈련' 경험마저 누적되지 않았단 해석이 가능하다.

현장 경찰들에 따르면 이런 추세는 2017년쯤 고착화했다고 한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계기였다. 고인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속칭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지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과 함께 정부 조치에 따라 살수차(물대포)와 캡사이신 등을 없앴다.
이런 배경 속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낯선 폭력 사태로 경찰은 자존심 상처를 입었다. 경찰 지휘부의 보호장비 미지급 등 사전조치도 미흡했으나, 일선 기동대원들도 시위대와 마주하곤 우왕좌왕하며 끌려 다닌 인상이 짙었다.
일각에선 군 복무로 임했던 전·의경이 사라진 영향도 거론한다. 물론 군기에 따른 과잉진압도, 20대 초반 청년들의 무리한 시위진압 투입도 부적절하지만, '군기'와 '무력함' 사이 합리적 수준의 기강 확립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청 소속 한 기동대장(경정)은 "과거 전·의경들은 시위대와 덩달아 흥분해 종종 돌발행동을 일으켜 곤란했으나, 자기들끼리 군기 때문인지 '(시위대한테) 뚫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컸다"며 "반면 지금 직원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보다 질서정연하고 통제는 잘 잡히지만 기강은 비교적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직원기동대와 전·의경 부대 중 어느 쪽이 꼭 낫다고 볼 요소는 없다"면서도 "경찰이 살수차 등을 없앤 뒤 속된 말로 '죽자고 달려드는' 과격시위도 대부분 사라진 시대인데, 서부지법 난동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사태였고 이는 경찰도 마찬가지였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갑호비상에 더해, 그간 먼지만 쌓인 삼단봉 등 활용도 고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사용을 멈춘 캡사이신 수량과 투입 가능한 최루액 용량도 점검 중이라고 한다. 헌재 외 법원과 언론사 등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은 3월 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미흡한 점들이 있어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앞으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기동대 외 형사팀이나 수사팀도 10~20명 단위로 편성해 변수를 예방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