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한도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는 가온전선이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투자선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나 회사가 기술도입을 필요로 그 제휴회사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 한도가 발행주식의 33%까지였다. 정관이 변경되면 발행주식의 50%까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발행할 수 있는 전환사채 발행 한도도 정관 변경을 통해 큰 폭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기존의 전환사채 발행한도는 500억 원이었지만 추진되는 발행한도는 5000억 원이다. 전환사채는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 발행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모두 이사회 결의로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관 변경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되면 손쉽게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한도 규모는 작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가온전선의 자본 총계는 4746억 원 수준이었다. 시가총액은 지난 3월 6일 종가 기준 약 8437억 원이다. 전환사채 발행규모는 자본 총계를 웃도는 수준으로 발행이 가능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자본 총계에 육박하는 규모로 발행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사업 재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가온전선은 LS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LS CABLE & SYSTEM U.S.A.)의 지분을 모두 편입해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LSCUS는 LS전선과 가온전선이 각각 82%, 18% 지분을 출자해 2017년 설립한 미국 배전케이블 생산법인이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10월 배전 케이블 및 전선 소재 전문기업 지앤피를 LS전선으로부터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LS전선은 LSCUS와 지앤피 두 회사 모두 가온전선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기고 가온전선의 신주를 받았다(관련기사 가온전선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LSCUS 주목받는 까닭).
아울러 가온전선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 LS빌드윈으로부터 받은 태양광 설비 설치 운영사업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해상태양광 사업을 위한 해저통신케이블 건설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 여기에 발맞춰 가온전선은 이번 주총에서 태양광발전업 업종을 추가하고 이와 관련한 사업 일체를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가온전선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선업계의 업황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온전선의 집중 투자가 예상되는 부문은 LSCUS가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의 배전케이블 사업이다.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전선 업체를 시작으로 미국 노후 송배전 인프라 수혜 확대가 전망된다. 미국 송배전 인프라의 대부분은 1950~1960년대에 건설됐다. 미국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송전선로 변압기의 70% 이상이 25년 이상으로 노후화된 상태로 파악된다.
송배전 인프라 교체주기가 30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노후 시설 교체가 시작되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AI(인공지능)와 신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교체를 앞당기는 동력이 되고 있다.
가온전선이 LSCUS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을 때부터 대규모 투자가 예상됐다. 가온전선은 LSCUS 자회사 편입으로 미국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청 발주 전력망, 플랜트 분야 등 사업을 확장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번 인수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으로 삼아,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S전선 입장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해도 경영권 유지에 부담이 적다. LS전선이 자회사였던 LSCUS와 지앤피를 가온전선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기면서 가온전선의 신주를 교부받아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이 기존 48%대에서 70%대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LS전선이 직접 매입한 가온전선 지분까지 더하면 80%대까지 지분율이 높아진다.
제3자 유상증자 한도인 발행주식의 50%까지 신주를 발행해도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을 웃돌지 않는다. 전환사채 발행 한도가 5000억 원으로 상향돼도 전환으로 발행할 수 있는 보통주는 3000억 원으로 제한(나머지 전환주식은 모두 우선주 발행)되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다.
다만 실제 증자로 이어질 경우 가온전선 소액주주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소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의 LS전선의 현물출자에서도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의 가치가 크게 희석된 바 있다. 가령 지난해 LS전선의 현물출자 전 1%의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가온전선이 현물출자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서 지분율이 0.44%로 반토막 났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1조 405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보다 8.31%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360억 원으로 전년 382억 원 대비 5.9% 감소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반드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온전선의 주력 사업 영역에서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적기에 투자가 이뤄질 경우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가온전선이 추진하는 증자 가능 규모가 커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회사 측은 이들에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가온전선 관계자는 “지난해 LS빌드윈의 태양광 관련 사업을 받고, LSCUS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향후 있을 투자에 대비해 전환사채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 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