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충격적 이미지를 남겼다. 제자리로 돌아가도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는 불신도 생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불안하다. 그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그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뇌경색을 일으켜 머릿속에 따뜻한 피가 돌지 못한 것 같다.

생각을 달리하고 극단적으로 미워도 공존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제부터라도 법이 치열하게 싸우는 권투선수의 중간에 끼어들어 공정하고 단호한 심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의 물결이 거세던 1980년 ‘서울의 봄’이었다. 쓰나미 같은 물결을 이룬 시위대는 대통령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강경했다.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5월 12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저항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당시 군 내부에 이런 시각이 있었다.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전국적인 소요를 일으키려는 세력은 무엇인가. 국가라는 추상적인 관념은 현실의 법과 정부가 아닌가. 이럴 때 군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당시는 대통령이 판단의 주체였다. 상황을 위기로 보고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그로부터 16년 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의 봄’ 당시 상황에 대한 판단의 주체가 민주화 세력으로 달라졌다. 법꾸라지들이 장난치는 게 보였다. 당시 군의 출동은 위법이지만 성공한 반란은 처벌하지 않는 거라고 했다. 정치의 풍향이 달라지자 이번에는 처벌해야 한다고 슬며시 방향을 바꾸었다. 전두환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다시 논리가 바뀌었다. 항복한 적장의 목은 베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버들잎같이 흔들리는 법의 나약성을 보는 것 같았다. 전두환 정권에서 법은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자 법은 그들을 민주화 운동을 하는 시민으로 정정했다. 다시 정권이 바뀌자 법은 당시의 시위 군중을 헌법기관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을 진압한 군은 헌법기관을 유린한 내란범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한 장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무기고에서 탈취한 총을 가지고 군인들을 쏜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들도 헌법기관입니까? 무기를 든 시민들이 시위대인가요? 헌법기관입니까? 저는 폭도로 보이던데.”
법은 군중에게 항복하고 권력에 휘어지는 나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광우병 시위 때도 법은 휘청거렸다. 가짜뉴스가 광장으로 사람들을 몰았다. 가짜뉴스를 주무르는 주체들은 100만 명만 광장에 모으면 정권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뒷산으로 도망쳐 올라간 대통령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무기력했다. 법은 그때도 가짜를 가짜라고 말하지 못하고 비겁했다.
지금의 상황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의 대통령직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다. 법원이 내란죄를 재판하면서 그의 생명줄도 잡고 있다. 법원은 또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등의 사건을 심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생명을 틀어쥐고 있다.
법은 지금 피를 튀기며 치고받는 권투선수의 중간에 낀 심판 같은 입장이 됐다. 자칫하면 군중이나 선수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에서 법은 욕을 먹고 비난을 받더라도 일단 매듭을 짓는 심판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재판관들은 사회를 위한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이재명에 대한 법의 판단은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의 결정은 앞으로 오랜 세월을 두고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이 클 것이다. 모든 국민이 긍지를 가지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섭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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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