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3월 20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등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당장 내년부터 43%로 오른다. 일찌감치 여야 간 의견접근이 이뤄졌던 내용만 합의가 됐다. 정부 마음대로 연금을 줄일 수 있어 논란이 된 자동조절장치는 도입하지 않았다. 국민연금법에 정부의 지급보장 의무도 처음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으로 적자전환 시기는 2048년(소진은 2064년)으로 늦춰진다. 2023년 5차 재정계산에서 기금수지 적자(보험료 수입<보험금 지급) 전환 시점은 2041년(소진은 2055년)이었다. 성장률이 낮아지거나, 기금운용 수익률이 하락하면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유자산을 시장에 팔기 시작했을 때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 이 때문에 기금이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국채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장 큰손이다. 국채를 사 줄 곳이 줄어들면 금리는 오르기 쉽다. 그나마 있는 시중 자금이 국채로 쏠리면 일반 채권 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달러 유입이 원화 값을 지나치게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정부가 지급 보장 부담을 줄이려면 일찌감치 재정으로 연금을 지원해 적립 기금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적립 기금이 유지돼야 가입자의 보험료율 인상이 제한돼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적기금 보험료율 평균이 18%를 넘는 이유도 대부분의 국가가 적립 기금이 없는 탓이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91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3%가 넘는다. 보험료 없이도 20년간 연금지급이 가능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일본과 스웨덴의 적립액은 GDP 대비 33%, 31.8% 수준으로 약 5년 치 연금에 해당한다. 미국은 13.4%로 3년 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재정 지원으로 일정 기간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적립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노인 빈곤 대책 ‘오리무중’
1995년생이 월급 300만 원을 기준으로 26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면 65세(2060년)에 받게 될 예상 월 연금액은 명목가치로 304만 원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가치로 환산하면 월 80만 2000원으로, 1인 기준 노후 최소생활비(136만 1000원)의 58.8%에 불과하다. 연령이 상승할수록 실질적인 연금액은 더 줄어든다.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연금 제도 전반을 개혁하지 않으면 노인 빈곤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성장 차질은 향후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수령 범위를 두고 논란이 많은 기초연금, 쥐꼬리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 세제 혜택이 부족한 개인연금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재정부담과 금융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을 고려하면 개혁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초연금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에 여야 합의문에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세금, 즉 정부 재정으로 연금지급을 보장하는 직역연금 개선 논의는 빠졌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합쳐진 형태다. 그래서 더 많이 내지만, 그래도 더 많이 받는다. 연금 재원이 부족해 지난해 10조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재정 부담은 해마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같은 문제를 겪던 일본은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우리나라 국민연금 해당)을 통합해 이를 해결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