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법안 발의·가결 건수에서 모두 1위를 한 김우남 의원(왼쪽)과 지난 4년간 최우수 의원으로 연속 선정된 강창일 의원. |
입법담당비서관 A 씨는 연말에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특별 인센티브를 받느냐 마느냐는 ‘법안 발의 실적’에 달려있기 때문. 법안 발의 실적은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위원회(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점수 비중은 법안 발의 건수 30%, 가결 건수 70%다. A 씨는 “연말이 다가오면 법안 발의 실적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인센티브도 있지만 ‘최우수’ ‘우수’ 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위원회가 선정하는 특별 인센티브 대상 의원은 50여 명. 이중 30명은 법안 발의 실적으로, 20여 명은 각 정당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한다.
법안 발의 실적으로 뽑힌 30명은 점수에 따라 상위 5명을 최우수의원으로, 25명을 우수의원으로 분류된다. 최우수의원이 되면 600만 원, 우수의원이면 4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인센티브는 그동안 부족했던 의원실 운영비나 회식비, 또는 복지재단에 기부를 하는 등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최우수, 우수의원 명단은 오는 12월 21일에 발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의원이 선정될까. 법안 발의 기준으로 상위 5위 의원을 알아본 결과 김우남(57건), 이명수(47건), 오제세(42건), 박성호(40건), 이낙연(38건) 의원 순이었다. 한편 가결 건수 상위 5위는 김우남(10건), 김희정(8건), 박인숙, 남인순, 강기윤, 권성동(6건), 주승용, 최민희(5건), 윤호중(4건) 의원 순이다. 발의 건수와 가결 건수를 합산하여 점수를 매기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선정이 유력하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정기회 종료일인 올해 12월 7일까지 제출 기한을 정해두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제출 기한 막바지에 법안 발의가 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의 경우 7일에 발의된 법안이 무려 74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날 법안을 많이 발의한 의원은 김우남(13건), 박성호(12건), 이낙연(9건), 강기윤(8건) 의원 등이었다.
하지만 ‘벼락치기’로 지목된 의원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최우수의원 선정이 유력한 김우남 의원 측 관계자는 “법안 가결 건수가 이미 10건으로 많았기 때문에 굳이 제출 마감일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며 “대선을 앞두고 바쁜 시기라 그동안 준비해왔던 법안을 정리하는 식으로 발의한 것이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과 관계자도 “정기회 마감일이라 법안 발의가 늘어나긴 하지만 눈에 띄게 심한 정도는 아니다”며 “마감일뿐만 아니라 정기회가 시작될 때, 국정감사 시작 전 등 법안 발의가 늘어나는 시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도가 시작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받은 의원은 강창일 의원이다. 강 의원은 최우수의원 5번(2006년, 2008~2011년), 우수의원 1번(2007년)을 차지했다. 인센티브 금액을 모두 합하면 3100만 원에 달한다. 강 의원의 뒤를 바짝 뒤쫓는 의원이 이명수 의원이다. 최우수의원 4번(2008~2011년)과 올해 최우수의원 선정이 유력해 강 의원과 최우수의원 선정 타이기록을 이룰 수도 있다. 그밖에 최우수의원 3번, 우수의원 1번에 선정된 김우남, 김춘진 의원도 만만치 않다. 강창일 의원 측 관계자는 “최우수의원 선정이 많이 되다보니 주변의 시선도 있고 오히려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며 부담스런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정환 인턴기자 kulkin8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