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그 장벽을 배지환이 실력으로 허물었다. 배지환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13득점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7을 기록했다. 원래 4할대 타율을 이어가다 막판 개막 로스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살짝 심리적으로 흔들렸던 게 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배지환이 개막전을 빅리그에서 시작하는 건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배지환과 함께 백업 외야수 경쟁을 벌이던 잭 스윈스키 역시 생존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배지환은 마이너리그를 거쳐 2022시즌 막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22년 10경기에서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3도루 OPS 0.829를 작성했던 배지환은 2023년 111경기 타율 0.231 2홈런 32타점 24도루 54득점 OPS 0.607의 성적을 거뒀다. 2024시즌은 고관절 부상으로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고, 자리가 빌 때마다 빅리그에 콜업이 됐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배지환은 2025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2024시즌을 마치고 한국의 부모님을 찾아뵙는 대신 미국에 남아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결혼 후 가정을 꾸린 다음부터는 책임감도 강해졌다.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내려놓고 야구에만 집중했다.

지난 2월 말 피츠버그 시범경기에서 만났던 데릭 쉘튼 감독은 배지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쉘튼 감독은 배지환이 겨울 동안 미국에 남아 타격 훈련을 진행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노력과 훈련 덕분에 배지환은 95~100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잘 대응한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배지환도 당시 인터뷰에서 2024년 타격폼 변화 과정에서 고관절 부상을 당한 후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시범경기에서) 통증 없이 야구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면서 “안타를 못 쳐도 매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하고 최대한 출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배지환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중견수로만 나서지 않았다. 종종 좌익수를 맡기도 했는데 중견수가 아닌 코너 외야로 이동했을 때 각도와 회전이 익숙하지 못해 고전한 적이 있지만 어떤 자리든 메이저리그에만 머물 수 있다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상이 없어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살릴 수 있는 거라 올 시즌 안 다치고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배지환은 27일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데릭 쉘튼 감독이 따로 불러 빅리그 로스터 합류 소식을 전하며 직접 축하해줬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은 백업 멤버이고, 1루수 스펜서 호위츠가 손목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오면 또 다시 탈락자가 나오겠지만 다른 백업 멤버보다 더 잘해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버티겠다.”
시즌 개막 로스터 합류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제한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그 기회를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중요하다. 배지환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개막 로스터 진입에 기뻐하기보다는 정규시즌 동안 자신이 어떤 활약을 펼쳐야 하는 지를 더 고민했다.
미국 신시내티=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