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자수 ‘잽’ 주거니 받거니
LCD와 CRT는 국내업체와 대만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담합의 유혹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은 ‘크리스탈 미팅’이라 불리는 비밀회의를 통해 CRT, LCD의 가격과 생산량,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데도 장소나 시간을 하루 전날 알 수 있을 정도로 회의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렇게 비밀리에 진행되던 담합은 지난 2010년 삼성전자가 유럽연합에 LCD 담합 건에 대한 자진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리니언시제도에 따라 과징금을 100% 감면받았다. 이때 청화픽처스튜브와 함께 과징금을 물었던 대만의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삼성을 “배신자, 고자질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LCD 담합으로 불거진 리니언시 전쟁은 이번 CRT 담합 건으로 옮겨 왔다. 지난해 청화픽쳐스튜브가 한국과 유럽 등 관련 국가에 삼성과의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 삼성보다 한 발 빨랐던 청화픽처스튜브는 유럽을 비롯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리니언시제도는 본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보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며 “반도체 LCD 등 한국과 대만의 주력사업이 비슷하기 때문에 갈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리니언시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했던 대만이 적극적으로 자진신고에 나선 것을 보면 한국기업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전자산업에 미국과 유럽의 감시가 집중되고 있는 것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카르텔 유혹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감시와 처벌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 말했다.
배해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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