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흥행 참패의 원인이 단순히 PC주의 논란에만 있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지나친 원작 파괴로 서사 자체의 개연성이 사라지면서 관객들을 등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개봉 초기에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다 서서히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도 있지만 ‘백설공주’는 이런 흐름도 아니다. 개봉 둘째 주 주말 수입이 첫 주 대비 66% 급감했다. 박스오피스 성적도 바로 2위로 내려앉았다. 전 세계 흥행 수입 역시 1억 4310만 달러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 30일까지 고작 17만 279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백설공주’는 디즈니를 또 다시 PC주의 논란에 휘말리게 한 작품이다. 주인공으로 콜롬비아 출신 어머니를 둔 라틴계 미국 배우 레이철 제글러를 캐스팅했다. 흑인 여주인공 할리 베일리를 기용한 ‘인어공주’ 실사판에 이어 ‘미스 캐스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백설공주’의 경우 원작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것으로 묘사돼 있다는 점에서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치적 올바름을 가리키는 PC주의는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 또는 정책을 지양하려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운동을 의미한다. ‘Political Correctness’를 줄여 ‘PC’라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인어공주가 흑인이면 안 되고, 백설공주가 라틴계여선 안 된다는 편견이나 차별을 지양한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PC주의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대중의 싸늘한 반응은 흥행 참패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디즈니의 PC주의에 대해 찬반 여론이 팽팽하지만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는 전 세계인이 어린 시절 동화로 접한 내용이기에 원작 동화 속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스팅이 큰 논란이 됐다. 반대 여론과 그에 따른 흥행 참패라는 결과가 이어지면서 디즈니가 위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디즈니는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 영상 콘텐츠 산업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20세기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영화사다.
그런데 2023년 북미 및 글로벌 무대에서 수익 1위 스튜디오의 아성이 무너졌다. 2023년 1년 동안 17편의 영화를 개봉한 디즈니는 48억 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24편의 영화를 개봉해 49억 1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디즈니가 반등에 성공했다. ‘인사이드아웃2’(16억 9886 달러), ‘데드풀과 울버린’(13억 3807 달러), ‘모아나2’(10억 970 달러) 등 3편의 영화가 글로벌 수익 랭킹 1~3위를 차지했다. 유니버설의 ‘슈퍼배드4’(9억 6926 달라)와 워너 브라더스의 ‘듄: 파트2’(7억 1521 달러)는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백설공주’ 탓에 2025년 디즈니의 시작은 좋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수익 1위 자리를 유니버설에 내준 2023년에도 PC주의 논란이 뜨거웠던 ‘인어공주’가 개봉했다. ‘인어공주’는 북미 지역에서 2억 9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글로벌 수익은 5억 6900만 달러였다. 북미 지역에선 그해 흥행 6위에 올랐고, 글로벌 흥행에서도 8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7억 달러에 육박하는 손익분기점을 채우지 못해 1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백설공주’는 더욱 심각하다. ‘인어공주’가 개봉 당시 북미 지역에서 9557만 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달성한 반면 ‘백설공주’는 5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백설공주’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5억 달러인데 개봉 이후 10일 동안 글로벌 수익이 1억 4310만 달러에 불과해 이번에도 수억 달러의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영화계에서는 ‘백설공주’의 흥행 실패가 반드시 PC주의 논란 때문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41%(3월 31일 기준)에 그쳤고 IMDB 평점도 10점 만점에 1.9점이다. 이는 역대 디즈니 실사 영화 중 최저점이다.
대중이 가장 먼저 지적한,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졌다고 표현된 백설공주 역할에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한 것만이 원작을 파괴한 것이 아니다. 원작에서 백설공주의 외모에 집착한 왕비가 이번 실사영화에서는 백설공주의 아름다운 내면을 의식해 제거를 결심한다는 것, 왕자가 아닌 도적떼 두목과 로맨스, 백성과 함께 여왕의 권력에 대항하려는 백설공주의 행보 등이 모두 원작과 다른 설정이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잘 그려낸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백설공주’는 개연성까지 무시하고 원작을 바꾸려다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