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4월 3일 현재 메이저리그 중견수 중 장타율 전체 5위, OPS도 전체 5위다. 이 가운데 이정후만 홈런이 없는데도 팀 내 장타율과 OPS가 3위다.
4월 2일 이정후는 휴스턴의 선발 투수 헤이든 웨스네스키와의 세 차례 맞대결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물러났지만 잘 맞은 타구가 2루수한테 잡히거나 웨스네스키의 빠른 볼을 받아친 타구가 좌측 담장 앞 파울라인 근처에서 잡히는 등 좋은 타격감을 나타냈다.
그러다 8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바뀐 투수인 좌완 스티븐 오커트를 상대로 0-1 카운트에서 2구째 80마일의 슬라이더를 밀어 쳐 우중간을 크게 날아가는 2루타를 터트렸다. 평소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편인 이정후지만 이 타석만큼은 투수의 슬라이더를 노리고 타격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시즌 개막을 신시내티 레즈,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원정 경기로 치르고 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같은 경기는 찬스가 많이 온 것도 아니고 안타가 여러 개 나온 경기도 아닌데 한 번의 찬스를 선수들이 살려주고 있고, 경기가 조금 지루하게 진행될 때 엘리엇 라모스가 홈런을 터트리면서 이기는 경기를 만들고 있다. 더욱이 우리 팀 투수들도 선발부터 불펜, 마무리까지 자신의 몫을 해낸다. 야수들의 수비도 실책 하나 없이 매 경기에서 최고의 수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모여 원정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이정후는 자신의 타석을 돌아봤는데 절대로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첫 번째 타석에서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잘 친 것보다 조금 먹힌 느낌이고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은 약간 타이밍이 빠른 듯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그나마 좋은 타구를 날린 것 같다.”
이날 이정후는 두 차례의 타석에서 초구를 공략했는데 지난해 투수들을 상대한 경험을 통해 초구에 빠른 승부를 보려고 의식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마지막 타석에서의 2루타는 ‘노리고 쳤다’고 말했는데 투수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해서 나온 타석이었다.
“스티븐 오커트가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이 7 대 3 비율이라 초구에 패스트볼이 왔을 때는 그냥 흘려보냈다. 처음부터 아예 슬라이더를 칠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원래 나는 절대로 노려서 치는 타자가 아니다. 오늘은 마지막 타석이었고, 앞에 결과를 내지 못했던 터라 하나 정도는 노리고 치자고 생각했던 게 오랜만에 시원한 타구가 나온 것 같다.”
이정후가 이날 터트린 2루타는 168km/h에 이르는 엄청난 타구 속도와 비거리 약 115미터를 나타냈다. 조금 작은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될 수 있는 장타였다.
밥 멜빈 감독은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초반 이정후를 3번 타자로 뛰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시범경기 거의 대부분을 3번 타자로 활약했다.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3번 타자로만 출전 중이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20홈런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멜빈 감독이 이정후를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한 데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정후는 짧은 표본이긴 하지만 기록으로 멜빈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첫 6경기를 5승 1패로 시작해 우승 시즌인 2014년 이후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첫 7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지구 3위에 머물고 있지만 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서부지구의 순위 싸움은 큰 관심을 모을 것이다.

“일단 우리 팀 선수들도 구입해서 연습 때 써보기로 했다. 연습 때만 사용해보고, 지금 당장 시합 때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다. 어떤 느낌이 들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이정후는 처음에 토피도 배트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 못했는데 팀 투수들이 이야기해줘서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정후의 일부 팬들은 스윙할 때마다 종종 벗겨지는 헬멧에 대해 불만이 많다. 헬멧이 자꾸 벗겨지면 스윙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메이저리그의 공식 헬멧이 한국 선수들 머리에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허락을 받아 특수 제작된 헬멧을 사용했고, 이정후도 그 헬멧을 사용 중인데 여전히 타격할 때 벗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이정후는 “팬들이 보기에 답답할 수 있지만 헬멧을 한국에서 공수해 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 제작한 걸 써야 한다”면서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김)하성이 형 거 말고 내가 자체 제작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를 느끼지 않고 있는데 나중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김하성의 맞춤형 헬멧이 아닌 이정후 머리에 맞는 헬멧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휴스턴=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