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만큼이나 문형배 권한대행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7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신변을 비관해 여관에 불을 지른 피의자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10번 반복해 말해보라고 주문한 뒤 “피고인이 말하는 ‘자살’이라는 단어가 ‘살자’로 들린다”고 이야기하면서 삶의 의지를 불어넣은 일화부터 2019년 인사청문회 당시 신고한 재산이 6억 원대에 불과한 이유가 “평범한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힌 발언, 심지어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는 사실까지 화제다.

#윤석열 파면 국면에서 뜨는 이름, 김장하

그런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는 2022년 MBC경남이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평소 선생과 교류를 해왔던 지역 인사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이뤄진 촬영이었다. MBC경남에서만 방송된 다큐멘터리는 공개 직후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전국 방송에서 다시 공개됐다. 각박한 사회에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일군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준 선생의 삶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방송 이후로도 김장하 선생을 향한 관심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2023년에는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극장에서 개봉했고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미 두 차례나 TV로 방송하고 OTT 플랫폼에서도 공개한 영화가 극장 개봉을 통해 3만 명의 관객을 모은 기록은 뜨거운 관심의 증거다.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부터 김장하 선생의 숭고한 삶을 담은 영화 ‘어른 김장하’가 다시금 주목받는 데에는 문형배 권한대행과의 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문 권한대행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에 다니기도 빠듯했다. 가까스로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교 2학년 때 김장하 선생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 선생은 고등학생이던 문형배 권한대행의 사연을 접하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해 졸업할 때까지 4년 더 등록금을 지원했다.
비단 문형배 권한대행뿐만이 아니다. 영화 ‘어른 김장하’에서 확인되듯 선생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지역의 학생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선생의 지원 덕분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거나 어려운 길에서 삶의 의지를 다진 인물이 1000명을 훌쩍 넘는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2019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장하 선생과의 일화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기쁜 마음에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문 권한대행에게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네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으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힌 문 권한대행은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줬다”면서 깊은 존경을 표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담은 인사청문회 당시 영상은 윤석열 파면 선고 직후부터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해 공유되고 있다.
#영화 ‘어른 김장하’도 주목

지금의 문형배 권한대행이 있기까지 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김장하 선생은 자신이 배우지 못했던 이유는 “오직 가난이었다”고 말한다. 한약방을 시작해 60여 년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큰돈을 벌었지만 이를 대부분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택한 것도 그 자신이 가난한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면서도 정작 선생은 아끼고 아끼는 일상을 살아간다. 옷 한 벌 허투루 사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숭고한 삶을 다룬 영화 ‘어른 김장하’는 ‘어른은 없고 꼰대만 가득한 세상’에서 어떤 어른이 될지 묻는 작품이다. 관객은 물론 배우들도 자극했다. 배우 김남길은 “‘어른 김장하’를 보니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고, 배우 조민수는 “내 삶도 한 번은 바라볼 곳이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가수 이승환은 영화 개봉 당시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본다”는 감상평을 밝힌 데 이어 이번 비상계엄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되자 지난 1월 SNS에 ‘어른 김장하’를 다시 봐 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어른 김장하’ 다시 보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 등 OTT 플랫폼에 공개된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이들 플랫폼에서 순위가 급상승해 가장 많이 본 영화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