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아이돌그룹을 꿈꾸는 지망생들을 선발해 실력을 겨루는 내용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더피프틴’은 제목 그대로 출연자의 기준을 15세 미만으로 설정했다. 최근 아이돌그룹의 나이를 감안해 ‘K-팝 신동’을 뽑기 위해 출연자들의 연령대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이에 세계 70여 개국에서 지원자가 모였고 이 가운데 59명을 뽑았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는 훈련의 과정을 거치고 단계별로 심사를 통해 탈락하거나 합격한다. 최종 선발된 이들에게 걸그룹으로 데뷔할 기회 등을 부여하는 기획으로 출발했다.
논란은 첫 방송을 앞두고 예고편과 출연진의 프로필 등을 공개하면서 시작했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2016년생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만 8세 아동이지만 신체가 노출된 의상을 입고 성인처럼 짙게 화장을 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옆에 바코드를 넣어 마치 상품처럼 비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팝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게 현실이지만, 그 과정을 방송 채널을 통해 ‘중계’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은 이번 ‘언더피프틴’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확산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언더피프틴’은 어린아이들을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미성년자 상품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방송 철회를 요구했다. 또 다른 단체들의 비판 성명도 계속됐다.
이에 MBN은 3월 21일 “방송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31일 첫 방송 계획을 유보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다시 살피겠다는 뜻이다.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2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회에 내보낼 예정이던 방송 내용 중 약 30분 분량을 편집해 선공개했다. 아동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에 맞서 직접 프로그램을 확인해달라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실 크레아스튜디오는 방송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한 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제작사로 알려져 있다. 서혜진 대표는 트롯 열풍을 일으킨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총괄제작자로, 이후 MBN과 손잡고 ‘불타는 트롯맨’과 ‘현역가왕’ 등을 제작해 모두 성공시켰다. 그동안 주로 트롯 가수들이나 조금 잊힌 가수들을 발굴하는 경연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냈고, 이번 ‘언더피프틴’으로 K-팝에 처음 도전한다.
문제는 15세 미만으로 출연자의 연령대를 한정한 부분이 부적절하다는 데서 촉발했다. 제작사는 “최근의 아이돌은 10년 전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다르다”고 짚었다. 방탄소년단의 정국이나 아이브의 장원영도 15세 때 데뷔했고 실제로 더 어릴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으로 경쟁에 놓여 훈련을 거듭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와 그 부모들의 동의와 입회하에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당사자와 부모의 동의’를 가장 큰 방어막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학생증에서 착안해 바코드를 넣은 프로필을 만들었다는 설명, 여성 디자이너가 만들었는데 성인지를 문제 삼고 있다는 항변, 제작발표회 도중 아직 방송하지 않은 1회분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발언 등이 구설에 올랐다.
특히 방심위는 방송 후 그 내용을 심의한다고 밝히면서 제작진의 ‘사전 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칫 거짓말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는 상황에 서혜진 대표는 해명 자료를 통해 “디테일하게 구분해서 대답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뒤 “1회분을 사전 시사한 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답변을 받은 곳은 MBN 쪽”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프로그램의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28개 단체는 3월 26일 서울 중구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고 이를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제작진이 학생증의 디자인에서 착안해 프로필에 바코드를 삽입했다고 해명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개인이 소지하는 학생증의 바코드와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선정적으로 꾸며진 아동의 사진에 붙은 바코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아이돌그룹을 육성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아동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사내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반면 이번 ‘언더피프틴’은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만큼 비교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결국 3월 28일 ‘언더피프틴’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우리는 깊은 고심과 회의 끝에 현재 예정되어 있던 31일 방송 일정을 취소하고 출연자 보호와 재정비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했다”며 “MBN에서는 편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