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플레이는 2022년 여름 영화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을 단독 서비스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갈 즈음 파격적으로 대작 한국 영화 두 편을 단독 서비스한 것. 일반적으로 영화는 극장에 개봉해서 수익을 올린 뒤 VOD 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올리고 OTT로 간다. 그런데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VOD 시장을 건너뛰고 바로 OTT인 쿠팡 플레이로 갔다. 쿠팡 플레이 측에서 두 영화의 VOD 시장 예상 수입보다 더 높은 금액을 베팅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쿠팡 플레이의 매우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행보였다.
‘히든페이스’의 경우 OTT 서비스는 쿠팡 플레이와 단독으로 계약했지만 VOD 서비스를 건너뛰진 않았다. VOD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히든페이스’는 주연 배우 송승헌과 박지현의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영화다. 노출이 강조된 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보다 VOD 시장에서 더 각광받곤 한다. 이는 과거 비디오 대여시장에서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대신 쿠팡 플레이는 48시간 동안 400원을 내고 ‘히든페이스’를 개별 구매한 회원들에게 96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의 변칙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렇게 ‘히든페이스’는 1월 초부터 3월 16일까지 VOD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린 뒤 쿠팡 플레이를 통해 단독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쿠팡 플레이 회원이라면 17일부터 무료로 ‘히든페이스’를 감상할 수 있다.
쿠팡 플레이는 ‘히든페이스’ 변칙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자 ‘검은 수녀들’을 3월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검은 수녀들’은 설 연휴 시즌인 1월 24일 개봉한 최신작으로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등이 출연해 1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뒤 3월 4일부터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난 3월 10일부터는 쿠팡 플레이에서 1만 1000원을 내고 개별 구매해야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계는 기나긴 불황으로 시름하고 있다. 투자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제작 편수가 급감하고 블록버스터 제작도 대거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선 ‘히든페이스’처럼 제작비 규모를 줄이는 대신 노출이 가미된 영화를 제작해 VOD 시장과 OTT 서비스 등을 노리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결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히든페이스’만이 가능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룰 정도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히든페이스’는 ‘방자전’, ‘인간중독’ 등 노출이 가미됐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며 “‘방자전’에선 조여정 배우가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각광받았다. 하지만 김대우 감독 역시 유명 여배우 캐스팅에는 어려움을 겪어 ‘인간중독’에선 신인 여배우를 캐스팅했는데 그가 나중에 ‘연진이 돌풍’을 불러온 임지연이다. ‘히든페이스’ 역시 신인인 박지현을 캐스팅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그가 스타급 반열에 오르는 행운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스타급 여배우들이 노출 연기를 꺼린다. 엄청난 출연료를 보장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제작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 방법이다. 게다가 영화관계자들은 엄청난 출연료를 보장할지라도 스타급 여배우 캐스팅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높은 작품성과 극의 흐름을 위한 불가피성 등 노출의 정당성이 담보될지라도 캐스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히든페이스’까지 큰 성공을 거둔 김대우 감독조차 차기작 여배우 캐스팅이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OTT 시장에서 노출 영화는 분명 각광받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OTT 서비스의 영화 인기 순위에 노출이 가미된 영화들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낯선 제목의 외화들이 대부분이다. 앞서의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OTT 업체들이 상당한 제작비를 투자하고 어렵게 캐스팅에 성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값싼 외화 가운데 노출이 강조된 영화를 수입해 서비스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OTT 시장이 커지면서 극장 관객 감소만큼이나 VOD 시장도 축소됐다. 극장 흥행에 실패할지라도 VOD 시장에서 쏠쏠한 수익이 보장돼야 영화사들이 노출 가미 영화를 제작할 텐데 이제는 그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