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헌재 재판관들은 8명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 절차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위법적 성격을 띠기에 파면이 정당하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전원일치였는데 왜 선고가 늦어졌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헌재가 정치적 흐름을 고려해 애초에 선고 기일을 4월 초·중순으로 잡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재는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주문 대신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문형배 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해 먼저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인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없이 탄핵소추안 의결이 유효한지, 탄핵소추안이 한 차례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인지, 소추의결서에 포함된 내란죄를 탄핵심판 청구 이후 철회한 것이 적법한지, 야당이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인지 등을 따졌다.
헌재는 이 모든 사안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비상계엄에 대해 헌법에서 예시로 든 상황들에 해당하는지, 그에 따라 적법한지 헌법을 기준 삼아 판단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회 법사위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 “국회 소추 절차가 입법의 권한이고 국회법이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이 두 번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회기가 각각 달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처벌할 범죄 자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저지와 군 등의 비적극적 참여로 국회 진입 및 주요 요인 체포 등이 불발된 것이며, 이 사건 계엄으로 인해 이 사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기각 의견 없었다
특히 ‘소수 재판관의 기각 의견’도 없었다. 당초 국회 측은 본회의 의결 땐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를 포함했지만 변론기일이 시작되자 내란죄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사유의 80%가 사실상 배제됐다”며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의견으로 “기본적 사실 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하며 적용 법조문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나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5가지(△비상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 및 절차적 적법성 △국회 봉쇄 및 장악 시도와 정치인 체포 계획 △포고령 위헌·위법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군 장악 시도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에 대해 모두 위헌·위법으로 보고, 윤 전 대통령의 위반 행위가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하다고 했다.
일부 소수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 법조계 다수 관측이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당연히 인용일 것으로 생각했다”며 “일부 진술이 엇갈린다고 해도 다수의 진술이 궤를 같이 하고 무엇보다 기각이나 각하 결정문을 쓰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다봤다.

전원일치면 선고가 늦어질 이유가 없는데 최종 변론 이후 한 달 이상 평의가 진행된 것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까지 보고 판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찌감치 재판관들의 뜻이 만장일치로 모였다면 3월 초에도 선고가 가능했겠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봤을 때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일정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2심 선고 결과가 유죄와 함께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올 경우 선고를 4월 중순까지 더 늦추려 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 3월 26일 이재명 대표가 법조계 다수 예측과 달리 무죄를 받으면서 헌재 재판관들도 부담 없이 조기대선 결정(전원일치 파면)을 내릴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2심 선고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았다면 대법원에서 정한 상고심(3심) 선고 가이드라인은 3개월이기 때문에 6월 말까지 출마가 가능했다. 헌재가 3월 초나 중순에 파면 결정을 했다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져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선을 5월 중순에 치러야 한다. 3월 26일 2심 선고 기준, 90일 안 선고 가이드라인을 감안할 때 헌재가 ‘대통령 Out, 이재명 대표도 Out’의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을 ‘천천히’ 잡았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오늘 선고 결과를 보고 전원일치인데 시간을 끈 것은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까지 고려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며 “소수 의견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평의에서 논쟁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