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방송토론회에 4차례 출연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를 정리한 것은 크게 두 갈래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사건 핵심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해외 출장 중에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함께 찍힌 사진이 ‘조작됐다’고 말 것이 하나고,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압박·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발언한 것이 다른 하나다.
검찰은 김문기 씨와 관련된 발언들이 명백한 거짓말이었다며 김 씨와 함께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했고, 1심 법원은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 씨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만 무죄로 봤다. 누군가를 안다거나 모른다는 표현은 ‘모호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김 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김문기 씨와 관련된 모든 발언을 무죄로 판단했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것이므로 인식에 관한 것이지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김문기 씨와의 교유행위에 관해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해당 발언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해석해도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봤다.

국정감사에서 했던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서도 “이 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의견 표명”이라며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것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 측 “그럴 수 있다” 검찰 측 “말도 안 돼”
법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검찰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백하게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발언만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배경까지 재판부가 추론해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라고 풀이를 해 준 뒤 무죄를 선고해 버리면 앞으로 정치인의 거짓말은 숨겨진 함의까지 해석해서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수사를 하다 보면 사진에서 특정 부분만 확대를 해서 제출하곤 하는데 이러면 원본이 있어도 조작인 것이냐, 재판 중 원본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해 실체적 사실에 다가갈 수 있는데 이재명 대표의 ‘조작됐다’는 발언 가능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죄로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심과 2심이 정반대로 판결한 것이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이렇게 되면 허위사실 유포로 아예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발언을 자체로만 봐야지, 발언의 성격을 인식이니 의견이니 구분해서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는 거짓말이 얼마나 남겠나. 법원이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임을 고려해 법을 다소 끼워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표된 발언 내용에서 일부 과장이 있거나 허위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면 세부적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피고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대로 판단한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치인의 발언에 어느 정도의 잣대를 적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에 ‘발언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줄 것’을 요구해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는데, 재판부가 그렇게 요구할 정도로 공소장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이 대표의 방송 인터뷰 네 건이 이 공소사실 중 각각 어디에 해당하는지 특정했는데 그 얘기를 풀어 설명하면 재판부 입장에서 ‘무슨 발언이 왜 허위인지를 다시 정리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검찰 수사가 명확하지 않았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벌써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인의 허위사실 공표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사건인 만큼 소부에서 대법관들끼리 의견이 나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친형 정신병동 입원’과 관련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을 받아 기사회생한 이력이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정치인의 발언을 어디부터 거짓말로 볼 것인지, 타이트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치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거짓말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할지 대법관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심에서 의견 표명과 인식을 구분해서 접근한 것도 대법관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어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