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에서는 진보 성향의 정계선 재판관과 보수 성향의 김복형 재판관 간 의견 차이가 상당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두 재판관이 평의 때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에서 이런 해석들이 얼추 드러났다는 평이 나온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물론 강력한 톤의 문장들로 ‘탄핵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정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및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와 관련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의 정도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며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오히려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하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 피청구인을 파면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정계선·김복형 재판관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법조인은 “두 재판관 모두 회의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고 어필하는 스타일”이라며 “문제는 그런 사람들끼리 한 회의에서 부딪히면 감정적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결정문에 반영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관련 '예단'은 꼭꼭 숨긴 헌재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판단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당초 언론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했다거나 가담했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12·3 비상계엄 과정에 대한 판단이 담길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재판관들이 이를 의식해 ‘주의’한 게 두드러졌다는 해석이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이번 결정문을 보고 재판관들 간 의견이 이렇게 첨예하게 나뉘는 상황이라는 점도 읽혔지만 동시에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해서는 꽁꽁 숨기고 보안을 철저하게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숨길 정도라는 것은 거꾸로 헌재 재판관들 사이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듯했다”고 추론했다.
#"헌재도 나뉜 것 아니냐"
각하 의견을 낸 보수 성향의 조한창 재판관과 중도로 분류되는 김형두 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키맨’이 될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재판관 8명 중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기각 결정에 서는 이가 있다면 김복형 재판관이나 정형식 재판관(보수 성향)이 가장 최우선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조한창 재판관이나 김형두 재판관의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판사는 “야당에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어떻게든 투입하려 하고, 여권에서는 이를 어떻게든 늦추거나 막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6 대 2 정도의 기울기에서 한두 명의 결정이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도 야도 지금 헌재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인데 이번 한덕수 총리 선고를 통해 ‘헌재도 완벽하게 나뉘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 같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도 이상하지 않고, 기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