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패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LF 등 이른바 국내 5대 대형 패션기업 가운데 LF를 제외한 4개사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하락하는 실적을 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조 40억 원으로 전년(2조 510억 원) 대비 2.3% 감소, 영업이익(1704억 원)도 전년 대비 11.84% 내렸다. 한섬의 지난해 매출(1조 4784억 원)은 전년(1조 5215억 원) 대비 2.8% 하락, 영업이익(723억 원)은 전년보다 48.4%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 매출은 8937억 원,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3%, 54.46% 내렸다. 코오롱FnC 패션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164억 원)이 전년 대비 63.7% 감소해 5개사 중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매출은 지난해 1조 211억 원으로 1년 새 4.9% 하락했다.

인기 온라인패션쇼핑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역시 성장세에 있다. 카카오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22% 뛴 2000억 원, 영업이익은 2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매출은 3343억 원으로 전년(2595억 원) 대비 28% 뛰었다.
이들 플랫폼의 성장세는 국내 몇몇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인기와 궤를 같이 한다. 이른바 업계에서 ‘3마’ 브랜드로 불리는 마뗑킴(Matin Kim),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MARITHÉ FRANÇOIS GIRBAUD) 등이 지난해 모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이들 브랜드의 주 소비 경로인 온라인 플랫폼들로 고객이 몰렸다.
지난해 ‘마뗑킴’의 매출액은 1288억 원으로 전년 779억 원에서 65%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206억 원에서 387억 원으로 87% 늘었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11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6% 상승, 영업이익도 282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운영하는 레이어의 매출은 1507억 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 영업이익은 3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6% 불었다.
이들 브랜드를 포함한 개인 디자이너 패션브랜드의 의류 디자인을 더 ‘트렌디’하게 느끼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 중인 데다 상품 가격도 대기업 패션 브랜드보다 저렴한 편이어서 시장 주도력이 강해지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만난 30대 여성 A 씨는 “대기업 계열 패션기업들이 주로 백화점에서 옷을 판매하고 있는데 나는 백화점에서 옷을 안 산 지 오래됐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은 왠지 모르게 올드하다는 인상이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소비자들이 고가의 명품이 아니면 오히려 비교적 저렴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고가나 중간 수준으로 애매한 가격대인 대기업 계열 브랜드보다 가성비 있으면서 더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식돼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들이 오프라인 중심 영업 관성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에만 울상을 짓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전반적 생활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대중의 심리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결과라는 쓴소리도 얹어진다.
전략상 변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단기적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패션브랜드들이 일부 인기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따라하며 분위기를 맞추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처를 늘리려는 모습도 보이는데 과거 신생 패션 브랜드들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 입점하려 애썼던 모습과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락인효과(Lock-in, 잠금효과)를 기대하며 자사 온라인몰에 집중했던 전략도 패인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온라인 구매 시 다양한 혜택을 주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야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