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즉각 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수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행정수도 완전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내란의 상징’인 용산을 대통령실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 분권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2027년까지 대통령 제2 집무실을 건립하고, 2030년까지 국회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건립 전까지는 청와대와 세종시를 오가며 집무를 보겠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당선 즉시 세종에서 집무를 보겠다고 했다. 국회 이전은 김경수 후보처럼 2030년까지 이전을 마치겠다고 공약했다. 캠프 관계자는 김동연 후보가 문재인 정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세종시를 이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즉시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를 볼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이러한 행보는 충청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충청은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 지역이다. 20대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참패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세종시를 제외한 대전·충남·충북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전은 3.11%포인트(p), 충남은 6.11%p, 충북은 5.55%p 격차였다.
민주당의 ‘지방 자치 강화’ 기조를 따르는 차원이기도 하다. 1971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도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 경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으로 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했다. 이 정책이 위헌 판결을 받자 세종특별자치시를 건설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추진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은 세종시 완전 이전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강준현 의원 등은 행정수도 건설 관련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월 말까지 초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미 대세가 ‘세종 천도’로 기울었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서울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퍼져 있는 상태다. 국가 주요 기관들은 세종시로 대거 이전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 45개 중앙 행정 기관이 세종시에 입주했다. 16개 국책 연구 기관, 10개 공공 기관, 18개 지방 자치 단체 세종 사무소 등이 세종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주요 행정부가 세종시와 서울로 이원화되면서 발생하는 세금 낭비 문제도 ‘세종 천도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민주당이 2019년 10월 25일 공개한 ‘세종시 소재 중앙 부처 공무원 관외 출장비’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관외 출장비 총액은 917억 400만 원이었다. 출장 횟수는 계속 우상향했다. 2016년 25만 2363회이던 횟수는 2017년에는 28만 4503회로 약 13% 늘었고, 2018년에는 33만 2389회로 다시 약 17%가 증가했다. 민주당은 절반 정도가 국회 출장이라고 했다.
이 같은 비효율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 세종 분원 추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 토지 매입비 350억 원이 정부 예산에 반영됐다. 대통령 제2 집무실도 2023년 12월 정부 예산에 설계비 10억 원이 배정됐다. 찬성 측은 이미 세종시에 주요 정부 기관이 입주해 있고, 국회 이전 부지가 마련된 상황에서 대통령실만 완전 이전하면 ‘세종 천도’는 완료된다는 입장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완전 이전에는 부정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을 공언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국민환원추진위원회를 꾸려 열린 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집무실은 완전 이전이 아닌 세종에 제2 집무실을 건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졸속 이전 논란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 미국 도청 논란, 무속 논란,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의원들과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국회와 지역구를 오가는 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생활 터전을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옮겨야 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보좌진도 있었다.
청와대가 가진 역사성과 효용성을 버리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청와대 핵심 시설은 개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 방지 시설만 잘 만든다면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노후 시설을 보수하고 확장한다면 청와대 시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있으면 민심과 괴리된다는 지적에 대해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건물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관련기사 세종시냐 청와대 복귀냐…차기 정부 대통령 집무실 어디로 가나).
개헌도 문제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수도로 기능했다고 했다. 헌법 제정 당시 수도는 서울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삼았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보편적 인식이 있는데, 국민적 합의와 승인 없이 수도를 옮길 수 없다고 했다. 이 ‘관습 헌법’ 판결 때문에 대통령실, 국회, 행정부를 옮기는 사실상의 천도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찬성 측은 관습 헌법 판결은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차기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할 수 있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한 충청권 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헌재가 판결하게 되면 다르게 판정이 나올 것 같다. 20년 전에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당에서도 상당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반발하면 세종 천도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 의석수는 122석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세종 천도에 적극적인 민주당은 102석을 가지고 있다. 세종 천도에 적극적인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