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의 올 연간 성장률 전망은 1.5%다. 1분기에만 0.4%포인트 오차가 났다. 남은 기간 예상이 적중해도 1.1%다. 한은의 발표 이틀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0%에서 반토막인 1.0%로 하향조정했다.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1%도 버겁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부문을 보면 민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 수입 등 주요 6개 부분이 모두 전기 대비 뒷걸음질 쳤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과 수입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8년 2분기 이후 17년 만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없던 일이다. 건설투자는 4개 분기 연속 미끄러지며 13%나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연간 4개 분기(-19.7%) 이래 가장 낙폭이 크다.
2분기에 기저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4월부터 ‘트럼프 관세’가 실적에 반영된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위축돼 있다. 민간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4월까지 5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설비투자 가늠자인 기업심리지수도 2022년 9월 이후 줄곧 기준선(100) 아래다. 대기업들은 국내보다 미국 투자를 우선하는 모습이다. 건설업 업황 전망은 지난 3월 43을 기록하며 통계작성(2009년 9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과 5월 전망이 46, 47로 조금 나아졌지만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 나온 것을 보면 2월 전망 당시 가정한 시나리오(성장률 1.5%)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됐고 대형 산불 등 이례적 요인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한국이 0%대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기관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탈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ING그룹(0.8%), JP모건(0.7%) 등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코스피에서 3월까지 8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도 24일까지 10조 원 이상을 팔아 치우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순매도 금액도 9000억 원에 육박한다. 위험회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다. 이 추세라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가 정점이던 2020년 3월의 월간 최대 순매도 기록(12조 5550억 원)도 넘어설 가능성이 아주 크다.
올해 들어 4월 24일까지 누적 순매도 금액도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9조 원에 달한다. 연간 최대 순매도 기록은 2008년의 33조 원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특히 부진한 한국 경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아주 먼 기록이 아닐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7년 6월~2008년 4월)의 최장 11개월 연속 순매도 기록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