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시각 기준 4월 2일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부과된 상호관세는 25%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품목별 관세 25%가 부과된 제품에는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는다.
도널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중국을 뺀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과 협상에 나섰으며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인 10%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강·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25% 그대로 유지된다.
국내 제조업 대부분 관세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6.3%로 가장 많았고,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응답은 14.0%였다. 업종별로 보면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이 가장 많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4월 3일 서울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과 멕시코에 진출한 주요 부품업체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부품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외에서 완성차 판매 감소와 함께 부품 수출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 관세 면제 또는 최소화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다. 2024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708억 달러로 이중 대미 수출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347억 달러)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 규모도 82억 달러에 달한다.
금융권과 민간 연구기관도 미국 정부의 자동차·부품 관세 조치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기면 2025년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증권·iM증권 등은 완성차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 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6월 2일까지 2개월간 현재 모델 라인업 차량의 권장소매가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남아 있는 재고분을 적극 활용해 단기적으로 버텨보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량이나 가격을 당장 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만약 자동차 가격 등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에 따라 부품사들에도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많이 지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관세로 인한 완성차 가격 상승이나 수요 둔화 우려는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동차 업계 지원사격에 나선다. 지난 4월 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이 발표됐다.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 금융기관의 대출·보증 등 2025년 정책금융 공급액을 기존 13조 원에서 2조 원 추가된 15조 원으로 늘려 기업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현대자동차·기아와 금융권이 출연한 530억 원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협력 중소기업 대상 1조 원 규모 상생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전기차 제조사의 자체 할인 금액에 비례해 정부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를 올해 상반기에서 연말까지 연장한다. 보조금 지원 비율은 기존 할인액의 20~40%에서 30~80%로 높인다. 올해 상반기 종료 예정이었던 신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세율 인하 조처(5%→3.5%)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긴급 정책금융으로 사전 조치한 가운데,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업계 피해에 따라 사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미 수출 물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내수시장 진작, 수출 다변화 지원 등 다른 대책들을 적극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