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동성 높은 메모리 반도체 긴장

하지만 반도체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는 각각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 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지난 2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25% 이상 관세를 매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2007년 1월부터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12월 25일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103억 달러였다. 자동차(342억 달러), 일반기계(149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의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은 7.3% 수준이지만 미국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와 맞물려 반도체 대미 수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주문형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 반도체에 관세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중 62%(883억 달러)가 메모리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향후 반도체에 25%의 개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세트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 비용은 25% 상승하게 된다”며 “이 중 3분의 1인 8.3%를 가격 인상으로 고객에 전가하고 나머지 16.7% 중 반반씩을 세트·반도체 업체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8.3%의 가격 하락을 겪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간접 수출에 따른 영향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과 대만, 베트남에 각각 104%, 32%, 46%의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이들 지역에서 조립 등 완제품 생산 과정을 거쳐 미국에 수출된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중국이 30%대, 대만이 15%대 수준이다. 전체 서버, 스마트폰, PC 시장에서 미국은 각각 56%, 10%, 25%를 차지한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완제품을 공급받는 미국 업체가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할지, 수입 가격 인하를 압박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방 수요가 위축되면 반도체 가격 인상이 어렵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IT 제품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국이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강행할 경우 올해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1.5% 상승에서 마이너스(–) 5%로 낮췄다. 노트북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5%에서 2%로, AI 서버의 경우 28.3%에서 18%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애플 등 미국 기업에 관세를 면제해줄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전망치다.
이와 관련,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반도체대학원장은 “미국 세트 업체들도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듯하다”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관세 정책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빅테크 등이 AI가 필수 투자 영역이라고 보면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시장도 지각변동 예고

대만이 관세 협상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 TSMC가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영화 서울기독대 글로벌AI융합대학 교수는 “삼성전자의 경쟁사를 키우는 셈”이라며 “파운드리 고객사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인텔과 TSMC의 협력은 삼성전자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다만 인텔은 자사 제품 파운드리도 제대로 못해서 TSMC에 맡기는 상태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수령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 기업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조금의 재협상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인디애나주에 HBM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양사는 보조금으로 각각 47억 4500만 달러, 4억 58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일단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세나 보조금 정책이 명확하게 정해지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