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투자자’는 왜 그가 관료에서 투자자로 변신했는지부터 시작해 투자 전략, 목표, 성공과 실패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철도, 방송, IT 등 일본 경제의 굵직한 기업들과 벌인 대결의 전모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무라카미의 투자철학은 심플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그는 리스크를 감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댓값’과 수익률을 충족시킬 대상에 투자한다. 그러나 단순히 투자만 하고 기다리지 않는다. 할 말을 하고, 실행한다.
무라카미는 “기업 거버넌스란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건전한 경영을 하는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하는지 감시, 감독하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그는 상장기업이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투명하고 성장성 높은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다면 “상장을 포기하거나 비영리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책에는 도쿄스타일(Tokyo Lifestyle), 닛폰방송(Nippon Broadcasting System), 한신철도(Hanshin Electric Railway) 등 굵직한 기업들과의 ‘위임장 대결’과 ‘주주 제안’ 사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그의 첫 투자처는 시가총액 100억 엔에 500억 엔 가치의 부동산을 보유한 도큐호텔이었다. 이후 쇼에이를 상대로 일본 최초의 적대적 공개매수를 시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닛폰방송의 경우, 시가총액 1200억 엔으로 2조 6200억 엔의 후지TV 의결권 3분의 1을 장악할 수 있는 비정상적 구조를 지적했으며, 한신철도는 5000억 엔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시가총액이 1000억 엔대에 불과한 불합리한 상황을 파헤쳤다.
책에는 “한신이라는 철도 브랜드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사업해왔으니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벗어나든 말든, 자산 효율이 낮든 말든,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투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의 경영진과 의견을 교환해보면 상장한 지 오래된 명문 기업일수록 이런 안일한 마음가짐이 뿌리내린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는 부분도 있다.
무라카미는 일본이 고도 성장기에 ‘관이 주도하는 기업 지배’에서 ‘채권을 통한 지배’ 시대로 넘어갔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주주의 이익이나 성장성보다는 재무의 건전성과 안전성만을 추구하게 되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2005년 무라카미는 ‘내부자 거래 사건’ 이후 펀드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며 개인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그의 경험은 한국 주식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인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20여 년 전 일본 재계는 요즘 한국과 유사하다. 성장은 둔화되고 주주환원을 하지 않아 현금이 쌓여가고 본업과 무관한 사업 다각화가 지속되었다”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자본시장에 참신한 충격을 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덕에 첫 장을 펼치면 마지막까지 덮을 수가 없다”며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읽고 더 나은 자본시장을 만드는 데 활용하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홍영표 변호사는 “‘평생 투자자’는 주주라는 말에 어떤 행동이 따라야 하는지를 묻는다. 무라카미는 말했고, 움직였고, 멈추지 않았다”며 “지금 한국 시장에 필요한 것도 그 태도”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업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ESG를 비롯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일본 자본시장의 변화 과정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향후 10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김철광 유튜브 ‘김철광TV’ 운영자는 “긴 흐름을 보는 투자자라면 지금 바로 읽어보시라. 한국 주식시장의 향후 10년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투자자’는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살아있는 투자 교과서로서, 기업의 돈은 사람의 피와 같아 원활한 흐름이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고민하는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