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액 1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CGV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당시에는 기대했는데,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영화시장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CGV가 최소 내년까지는 순손실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J(주)와 CGV는 CGV를 정상화시킬 묘안을 찾고 있지만,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내 유동성 우려 또 제기될 듯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CGV의 유동성 부족을 지적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향후 1년간 직접적으로 사용 가능한 유동성 원천은 단기 자금 소요를 충당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이 약 2400억 원에 불과한데,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이 9804억 원(유동성 리스부채 1368억 원 포함)이고 스텝업(이자 상향 조항)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및 시설투자 비용, 순금용비용 등을 고려하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시아 영화관 사업을 하는 자회사 CGI홀딩스에 대한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 행사다. CGV는 2019년, 2023년까지 홍콩증시 상장을 약속하며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를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했다. 두 사모펀드가 투자한 금액은 3336억 원으로 지분 29%를 확보했다. 하지만 상장은커녕 흑자 전환에도 실패하면서 FI는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7%의 지분을 1263억 원에 인수해 주긴 했는데, 연내 추가로 매입해야 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와 함께 CGI홀딩스 FI들과 인수금융 대주 및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했다. FI들이 인수금융 만기인 2026년까지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CGV가 자금을 보충해 줄 의무가 생긴 것이다. CGV는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해 말 943억 원을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했다. 채선영 수석연구원은 “CGV의 재무제표는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FI 재무약정 및 신종자본증권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회계상 지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회사 측은 올해부터 영화시장이 정상화돼 영업이익으로 재무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최소한 국내는 예전과 같은 관객수를 끌어오는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KB증권은 최근 국내 관객 추정치를 1억 2000만 명에서 1억 500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CGV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관객수는 전년 대비 약 33% 감소한 2000만 명으로, 별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345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GV 전체적으로도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해서 번 돈으로 설령 영업이익은 발생하더라도, 재무 부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손실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KB증권은 올해 CGV가 106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지배주주순이익은 -10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실적 또한 영업이익은 1219억 원으로 전망하면서도 지배주주순이익은 33억 원 적자를 예상했다.
#점포 구조조정도 쉽지 않아
CGV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관객이 없던 2020~2023년에도 점포가 오히려 늘었다. 2020년 말 179개 점포였는데 2021년 말 190개, 2022년 말 191개, 2023년 말 199개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에 들어서야 196개 점포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5개 줄어 192개 점포가 된 상황이다.
영화관은 건축 설계 때부터 영화관을 염두에 두고 짓는다. 임대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설령 관객이 적게 들어와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측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최근 CGV가 몇 개 점포를 클라이밍 시설 겸 영화관으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극히 일부였다. 임대 기간이 종료돼야만 영업을 끝낼 수 있다.
건대CGV가 입점해 있는 몰오브케이는 최악의 사례 중 하나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로 갖고 있는 몰오브케이는 지난해 11월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는데, 매각에도 실패해 현재 경매로 넘어간 상황이다. 몰오브케이 사정에 정통한 한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화관이 있으면 모객 효과가 발생해 다른 점포 수익성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이 됐는데, 이제는 영화를 안 보다 보니 영화관이 있으면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면서 “몰오브케이 같은 유사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빅딜’ 가능성에 선 긋는 CJ
CGV는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당초 5월 9일 400억~8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 조사 결과 미매각이 확실시돼 발행을 미뤘다. 금리를 5.8~6.1%로 제시했으나 시장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발행주관사 측은 올해 1분기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넣기 위해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CGV 자금 사정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도 CGV는 유사시 CJ(주)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채로 채권을 발행하지만, CJ(주)는 더 이상 추가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높아져 CJ(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양측 모두 회사를 합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CJ그룹이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주도한 것 때문에 중간에 위치한 자문사들이 양측을 합치라고 조언하는 것 같다”면서 “메가박스의 자금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있고, 독과점 이슈도 불거질 수 있어 설령 진행되더라도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GV는 공식적으로 4D플렉스를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와 비교해 4D플렉스만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멀티플렉스 업체 AMC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특별 상영관 수를 현재 1218개에서 13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콘텐츠의 범위 또한 영화 외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메가박스를 인수하면 인수했지, CGV 매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