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카드’를 띄워 경선의 힘을 뺐다는 반발을 산 당 지도부도 단합 주문에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선이 아무리 치열해도 후보가 결정되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통합의 중심은 우리 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빨간색 점이 찍힌 점퍼를 입고 나와 “(대통령은)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있더라”라며 “민주당 후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중도층까지 하나로 뭉쳐 대선 주자로 올라온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원팀을 외칠 수밖에 없다”며 “사분오열한 국민의힘이 뭉치지 못해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당 지도부는 다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진영이 ‘마이웨이’를 넘어 국민의힘 흔들기까지 나서자 사실상 ‘범보수 원팀’은 불가능한 형국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경선 결과를 두고 “이미 여러 번 ‘제발 이번 경선에서는 투표 조작하지 마시라’고 경고했는데 그럼에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경원 후보의 탈락을 경선 부정선거 탓으로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지금 SNS에서는 4명의 통과자(김문수·한동훈·안철수·홍준표 후보) 명단을 놓고 뻔한 조작의 결과물이라면서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며 “지금 일련의 흐름은 내각제 세력들이 부정선거를 통해 그들의 야욕을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며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도 지목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광훈 목사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 19일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겠다”며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면 당선시켰지, 국민의힘 8명(1차 경선 후보들)은 절대로 당선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2018년 8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6월을 선고받아 2028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지만 ‘억지’ 출마 선언으로 정치적 세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전 목사가 주도한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2.26%(64만 2333표)를 기록해 국내 정당 중 다섯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준선인 3%를 넘지 못해 국회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의힘을 충분히 긴장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보수 진영의 혼란으로 ‘중도층’ 단속은 더 어려워져 선거판 열세가 굳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21~23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으로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이용 전화 면접,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20.0%)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로 밝힌 응답자(331명)의 45%, ‘보수’라 밝힌 응답자(311명)의 12%가 ‘차기 대통령 적합 인물’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어려워지자 당 안팎에선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을 새삼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 직후 행보가 문제였다”며 “극우 진영 표심을 잃으면 안 되고, 내부 균열도 막아야 해 (원팀을) 외치는 것인데 이미 계엄 이후 취했던 자세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탄핵 이슈를 덮고 대선만 바라봐 달라는 요구도 거세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탄핵 찬성이니 반대니 외쳐선 안 된다. (지도부가) 보수 인사를 모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당내 극적인 균열 봉합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짙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으로 보수 단일화 과제가 남았고,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후보가 대선 본선에 올라가지 못해도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나올 수 있는데 현 지도부가 그런 모든 상황을 달갑게 보지 않을 것 같다”며 “국민의힘의 원팀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