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박형준 시장 부인이 지인과 설립한 ‘청광문화재단’서 미술관 건립 중
-“전시관 건립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청광문화재단”
[일요신문] 부산시가 기장군 일광읍에 소재한 옛 한국유리 부지 내 문화용지에 디자인박물관 형식의 미술전시관을 짓기로 확정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꾸준히 공연장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기장군의 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부지 인근에는 박형준 시장의 부인이 설립한 ‘청광문화재단’에서 미술관을 짓고 있다. 청광문화재단의 미술관에다 미술품 전시도 가능한 대형시설까지 들어서게 되면, 이 일대는 바야흐로 ‘미술 클러스터’로 변모한다. 때문에 부산시가 굳이 기장군의 요구를 무시하고 공연장이 아닌 전시관을 짓기로 결정한 배경과 의도에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지역 건설업체인 동일스위트는 일광읍 옛 한국부지에 최고 48층, 1968세대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현재 기초공사를 다지고 있다. 동일스위트는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의 편의를 위해 2023년 부산시와 공공기여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부지 제공을 포함해 총 1083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출하고, 1만5천㎡에 달하는 문화용지에 관련 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기장군은 이 부지에 공연장이 들어오길 원했다. 이는 정종복 기장군수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기장군의회도 최근 열린 본회의에서 구혜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구 한국유리 부지 기장군 문화예술회관 건립 촉구 건의안’을 원안 가결한 바 있다.
시의 결정은 이 같은 군의 기대와는 달랐다. 해당 부지에 전시관을 짓기로 확정한 것이다. 부산시 황금재 도시공간조성과장은 이와 관련 “군민 일부보다는 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문화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여겨 전시관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공연장이나 전시관 둘 다 기장군민을 넘어 부산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용 대상자의 범위는 공연장이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까닭에서다.
공연장은 10대·20대를 주된 소비층으로 하는 케이팝부터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트로트에다 록음악·EDM·클래식 등의 음악 매니아까지 장르와 세대를 초월해 아우르며 공연·관람이 가능하지만, 미술전시관이나 박물관은 미술애호가나 수집가 등 비교적으로 특정 수요층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인근 청광리에 이미 미술관 건립 중
부산시의 이번 결정에 대해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도록 만드는 요소는 바로 옛 한국유리 부지 인근 청광리에 미술관이 이미 건립 중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미술관 건립 주체가 다름 아닌 박형준 시장의 부인 조현 씨가 설립한 청광문화재단이다.
공공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 별로 집적화하면 좋은 게 있고 분산 배치되면 더욱 이로운 것이 있는데, 미술관이나 미술전시관의 경우에는 여러 군데로 나눠서 자리를 잡는 게 효율적이란 점은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런데도 부산시가 전시관을 건립키로 하자, 시가 논란을 자초하고 나섰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기장군민 A 씨는 “부산시의 계획대로 디자인박물관이 건립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청광문화재단이 될 것”이라며 “재단 소유 미술관에서 상설로 전시·판매하다가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인근 전시관을 대여하면 되니, 재단으로서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금재 도시공간조성과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그것은 민간시설이고, 이것(옛 한국유리 공용부지 전시관)은 공공시설”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지역서 날선 비판 나와
부산시의 결정에 지역에서는 강도에 차이는 있지만 비판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기장지역 문화예술단체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결정권을 가진 기관이므로 시의 방침에 대놓고 반대할 입장은 아니나 참으로 씁쓸하다”며 “공연장이 건설되면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황운철 기장군의원(민주당)은 “박형준 시장이 무리하게 일을 저질렀다”며 “디자인박물관이나 미술전시관이나 결국은 마찬가지인데, 대놓고 미술전시관을 짓는다면 오해를 살 것 같으니 이렇게 교묘하게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박종철 부산시의원(국민의힘, 기장군1)은 “공공기여 협상제는 민간 개발사업자가 개발과정에서 지구단위변경으로 발생한 이익금을 공공에 환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기장군은 공연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시설인 ‘안데르센 극장’이 있지만 영·유아 대상 시설인데다 200석 규모밖에 안 된다. 민간 공연장도 1곳밖에 없으며, 그마저도 100석 규모다. 부산 전체에 공공 및 민간 공연장이 70곳을 상회하는 것과 대비된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