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흥국생명이 관례를 깨고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난리가 났고 결국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흥국생명은 조기상환에 나선다. 이후 금융당국은 보험업 감독규정을 바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 관례를 원천 차단했다. 이자율 상향 기한을 발행 후 10년 이상 1회에 한해 1%포인트로 제한했고 발행 5년 후 상환하는 관행도 발행회사에 강요할 수 없도록 했다. 부채로 조달하면서 마치 자본인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당시 신종자본증권과 유사한 후순위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차단장치를 추가하지 않았다. 후순위채에는 이미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상 △더 유리한 조건으로의 대체(자본) 조달 △채권자와의 사전 계약(합의) △ 현재의 금리조건이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정될 것 등의 조기상환 조건들이 달려 있어서다. 심지어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금융감독원장 승인과 대체 조달을 완료한 후에야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만약 롯데손보가 이번에 금융감독원장의 승인 없이 상환을 강행한다면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롯데손보는 이번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위해 지난 2월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미비를 문제 삼으며 발행을 철회해야 했다.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후순위채 발행 좌절에 조기상환 관행까지 어기게 되면 향후 자금조달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롯데손보는 2020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후순위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900억 원을 포함해 미상환 잔액만 98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일종의 만기(?)가 돌아온다. 신종자본증권 조달액 460억 원까지 더하면 1조 원이 넘는다.
마침 보험업감독규정 7-10조 위반에는 구체적인 처벌조항이 없다. 보험업법에도 채권발행이나 건전성 기준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다. 금감원이 롯데손보에 뭔가 조치를 하려면 경영실태평가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확인한 후 경영개선명령이나 임직원 자격제한 등이 가능하다. 보험사가 경영개선명령까지 어기면 영업정지와 허가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보험계약자 피해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금감원에 좀 혼이 나더라도 자금줄이 막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선택을 할 만도 하다.
한편 롯데손보 최원진 사장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부대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서기관을 지냈다. 이 회사 사외이사로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 이창욱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이 포진해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윤태진 전 관세청장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지금은 퇴임했지만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롯데손보 사외이사 출신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