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이 후보와 대선에서 맞붙을 여권 후보 선정에는 난항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5월 3일 전당대회를 열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직후 여권은 다음 스텝을 위해 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 밖에서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기호 2번’, 당의 선거비용, 선거운동 인력 지원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선관위 대선후보 등록일인 5월 11일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문수 후보는 당초 경선 내내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것도 한 후보와 단일화가 가능해 보였기에 당원들이 힘을 모아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한 후보와 김 후보 간의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선이 팽배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빅텐트 단일화는 사실상 한덕수 대행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이다. 당내 경선을 거쳐 얼마나 어렵게 얻어낸 대선후보직인데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캠프 내 참모들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 단일화 방안에 이견이 생기자 두 후보가 직접 나섰다. 김문수 한덕수 후보는 7일과 8일 연이어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8일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국회 사랑재에서 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고 한 것이 결국은 하기 싫다는 말같이 느껴진다”며 “제발 ‘일주일 뒤’ 이런 얘기하지 마시고, 당장 오늘내일 결판을 내자”고 촉구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후보는 왜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는 것인가”라며 “이거는 단일화도 아니고 자리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문수 후보의 ‘작심 발언’을 들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이 기대하신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며 “긴 말씀 안 드리겠다. 지도자라면,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아친 뒤 의총장을 나갔다.
이를 본 김문수 후보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자,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후보를 붙잡고 만류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그대로 국회를 떠났다.
당이 후보 단일화를 강행하자 김문수 후보 측은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갔다. 국민의힘의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내용과 대통령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한 것. 하지만 법원은 9일 오후 5시 50분쯤 두 건의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부분 법조인들이 전당대회 개최금지는 몰라도 대선후보 지위인정은 가처분이 인용될 줄 알았다”며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 판결 이후 법원을 향해 정치관여 비판이 거세지자, 이번 가처분에선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당 대선후보 선출에 깊숙이 관여하는 결과를 내버렸다”고 지적했다.

당 비대위는 회의 끝에 새벽 1시 김 후보의 선출을 전격 취소했다. 이어 새벽 2시 새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32가지의 제출서류를 준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직접 찾아와 접수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새벽 3시까지 단 1시간이었다.
그러자 새벽 3시 20분 무소속 한덕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 국민의힘 후보자로 등록 신청했다. 당 선관위는 새벽 4시 후보 등록 마감을 하고, 21대 대선 후보로 한 후보 한 명만 등록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회견 직후 국민의힘 당사에 있는 대선후보 사무실을 점거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당을 상대로 ‘후보 선출 취소’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서울남부지법 심문 기일에 직접 참석했다.
당 안팎에서도 당 지도부의 무리한 후보 교체 추진에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야밤에 빈집털이 하듯 입당·등록시키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 맞느냐” “단일화 결렬이 후보 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되느냐”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 등의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한덕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재선출되나 싶었지만 11일 저녁 또 한 번의 이변이 벌어졌다. 전 당원 대상 한 후보로 교체 찬반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부결된 것. 이로써 당 지도부가 추진한 후보 교체는 백지화됐고, 김문수 후보가 대선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권 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당원 찬반 투표로 단일화해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당 지도부가 한 후보를 추대하려 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무모한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쿠데타를 보고 당원들이 김 후보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6·3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는 12일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은 이미 4월 30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조직기구별로 인력 배치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이제 김문수 후보로 최종 결정되며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오늘(11일)까지도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 선고 공보물, 현수막, 벽보, 유세차량 등이 다 구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식 선거운동 초반에 제대로 유세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후보는 선관위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후보를 접견했다. 두 사람은 회동 시작과 함께 포옹을 나눴다. 김 후보는 “내가 (한 후보를) 사부님으로 보시고 잘 배우겠다”며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다만 한 후보는 김 후보의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지 않고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4선 박대출 의원을 대선 실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내정했다. 11일 오후에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내 화합을 위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선대위 합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중진 의원은 “김 후보가 첫 인사로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박 의원은 대표적 ‘친윤계’로 내란범죄에 책임이 있다. 그런 인사에 대선 실무 총괄을 맡기면 중도층에 부정적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 일부에서 ‘내란 옹호 선대위와 같이 갈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당 밖 인사들에게도 빅텐트 합류에 구애의 손길을 보냈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높다. 반명 빅텐트 합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10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의 대선후보 이준석 후보의 경우도 보수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비쳐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