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후보의 경청투어 단양팔경편 방문지를 읍·면·동 단위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냥 험지는 아니었다. 이 후보가 직접 방문했던 동네 5곳 중 4곳(경북 영주·예천, 충북 단양, 강원 영월)은 각 지역 읍·면·동 중 이 후보 지지율이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각 지역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곳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나머지 1곳인 제천 방문지는 이 후보 지지율이 제천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일요신문은 지난 5월 15일~16일 이 후보의 경청투어 단양팔경편 경로를 따라가보며 민심을 들어봤다.

경북 예천군 호명읍에 조성된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지난 5월 15일 만난 30대 여성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이 후보가 경청투어 단양팔경편 두 번째 방문지로 택한 곳이다. 이 후보는 이곳의 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먹은 뒤 인근 분식집에서 주민들과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요신문이 5월 15일 찾은 경북 예천군 호명읍은 흔히 생각하는 ‘읍’의 모습이 아니었다. 호명읍 경북도청 신도시가 가까워지자 도로 양쪽으로 이어지던 논밭은 사라졌다. 반듯하게 정리된 구획에 맞춰 높은 건물이 깔끔하게 들어서 있었다. 곧이어 아파트촌이 나타났다. 아파트촌 주변 상가에는 애견 미용실과 마라탕 배달전문점, 코딩 학원 등이 들어서 있었다.
이 후보가 경청투어 때 찾은 상가 주변은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에 따르면 경북도청 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5년 1분기 30.7%에 달했다.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 B 씨는 “신도시 개발이 늦어지다 보니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이 많다. 선거에서 항상 뽑히는 사람만 뽑히다 보니 주민들 불만이 있어도 정치인들이 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며 “어느 정당이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명읍은 2024년 2월 1일 호명면에서 읍으로 승격했다. 호명면 인구는 신도시 조성 전까지 3000명을 밑돌았다. 2015년 경북도청이 이전하고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호명면 인구는 급증했다. 2022년 7월 호명면 인구는 2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 세대가 신도시 아파트에 대거 입주한 호명읍은 예천군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 됐다. 호명읍은 호명면이었던 2015년 평균 연령이 55.9세였다. 2024년 평균 연령은 37.6세로 낮아졌다. 호명읍을 제외한 예천군 나머지 11개 행정구역(1읍 10면) 중 9개 행정구역(용문면, 감천면, 보문면, 용궁면, 개포면, 지보면, 풍양면, 효자면, 은풍면) 평균연령은 60대였다. 2개 구역(예천읍, 유천면) 평균 연령은 50대였다.
호명읍은 지난 제20대 대선에서 이 후보 득표율이 37%였다. 반면 호명읍을 제외한 예천군 나머지 11개 행정구역(1읍 10면)은 이 후보 득표율이 20%를 밑돌았다. 호명읍은 경북의 322개 읍·면·동을 통틀어도 이 후보 지지율이 세 번째로 높았다.

단양읍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단양군수 선거에서 45.3% 득표율로 낙선한 김동진 민주당 후보는 단양읍에서는 54.1%로 과반 득표를 했다. 단양읍은 지난 4월 기준 평균 연령이 50.1세로 단양군에서 가장 낮았다. 단양군 단양읍은 평균 연령이 55세, 나머지 6개 면은 평균 연령이 60대였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시장 상인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거론했다. 단양 구경시장 상인 C 씨는 “비상계엄 이후 시장 손님이 확 줄었다.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도 주변에는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단양 사람이 많다. 비상계엄은 잘못된 거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민의힘을 계속 찍겠다고 한다. 사람 생각은 잘 안 바뀌나 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상인 D 씨는 “비상계엄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는 국민의힘에 투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를 비판하는 시장 상인도 많았다. 상인 E 씨는 “비상계엄이 잘못됐든 아니든 윤석열은 대통령에서 탄핵됐다. 비상계엄 원인이었던 이재명도 물러나야 맞을 텐데 다시 선거에 나온다니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상인 F 씨는 “이 후보가 시장에 왔을 때 얼굴도 못 봤다. 다른 지역에서 온 지지자들이 둘러싸고 있더라”며 “그게 무슨 경청이냐”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5월 4일 충북 단양 구경시장에서 강원 영월 서부시장으로 이동해 먹방을 이어갔다. 영월 서부시장이 위치한 영월군 영월읍은 영월군 2읍 7면 중 이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의 영월읍 득표율은 43.9%였다. 영월군 2읍 7면 중 유일하게 40% 이상을 득표했다. 영월읍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광재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유일하게 과반 득표를 한 곳이기도 하다. 이광재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45.9% 득표율로 강원도지사 선거에 낙선했지만 영월읍에선 51.1%를 득표했다.
영월 서부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선을 앞두고 신중한 분위기였다. 60대 여성 G 씨는 “이재명은 전과가 많아서 뽑지 않으려고 했는데 김문수도 전과가 많다. 둘 다 호감이 안 간다”며 “TV 토론을 보면서 누구에 투표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H 씨는 “선거 기간은 짧고 여론조사 결과는 워낙 압도적이라 이번 대선에 딱히 관심이 없다”며 “공약도 어차피 잘 안 지켜진다. 누가 되든 큰 문제만 안 일으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