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엔 세 번째 여정인 ‘영남신라벨트’를 찾았다. 보수 색채가 짙은 경북 경주시, 영천시를 거쳐 다부동 전적기념관 내 구국용사충혼비에 참배한 후 칠곡군, 김천시, 성주군, 고령군 등지를 누비는 일정이었다.
이날 이 후보가 방문한 민주당 열세 지역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곳은 영천시다. 바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고향이다. 김 후보는 1951년 경상북도 영천군 임고면 황강동(현 영천시 임고면 황강리)에서 태어났다. 영천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에 있는 경북중학교로 유학을 갔다.

이 후보는 5월 9일 오전 11시30분 영천공설시장을 찾았다. 그는 “영천 시민 여러분도 6월 3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거는 ‘카더라’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연구,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는 시장 내 식품가게에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고추말랭이를 샀고, 분식점에서 오찬한 후 1시간여 만에 영천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5월 14일 오전 김문수 후보의 선거 현수막 2장이 훼손된 채 발견돼 영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조사 중이다.
일요신문은 5월 20일과 21일 이 후보가 거쳐 간 영천공설시장을 비롯해 영천시 일대를 다시 찾았다. 이 후보가 다녀간 후 김 후보 고향인 영천 지역 표심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장날이 아니어서인지 시장 안은 한산했다. 오가는 손님 발길도 뜸했다. 이 후보가 다녀간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체로 이 후보에 대한 반감 내지 비호감이 강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향이 영천인 김 후보에 대해 강한 호감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김 후보를 찍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40대 중반 남자 사장은 “여기는 무조건 빨간당(국민의힘)이지”라며 “장사하는 사람은 8 대 2로 빨간당이 많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재명이 (5월 9일 영천시장에) 왔다갔어도 (대선엔) 영향을 안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에서도 마땅한 후보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해도 이재명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며 “김문수는 옛날에 노동운동한 빨갱이였는데 지금은 꼰대 이미지는 있어도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처럼 사법적으로 문제되는 것도 없지 않느냐”며 김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시장 인근에서 만난 70대 후반 남성은 ‘이 후보의 영천 방문’에 대해 “그마(그놈아) 여기 와 왔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노”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영천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사장은 이 후보가 영천시장을 방문했을 때 직접 보지는 못하고 왔다갔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의 고향이어서 더 많이 지지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이든 사람들은 좀 고향 따지는데 젊은 사람들은 다른 것 같다”며 “우리는 이재명이 싫다. 자기는 재판에서 핑계대고서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죄 지어도 처벌을 안 받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은 여전히 잠복해있다. 영천역 광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전라도는 전라도대로 민주당을 많이 찍잖아. 우리도 우릴 찍어야지”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영천시는 예상대로 김문수 후보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영천이 고향인 50대 후반·60대 초반 부부도 만날 수 있었다. 영천시 완산동에 거주하는 이 부부는 “이번 대선이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조건 국민의힘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50·60대 계층에서 (표심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 이재명이 20% (표를) 받았다면 이번엔 30% 정도 받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기자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영천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하자 “검사 출신인 윤석열이 대통령 돼서 이재명을 잡아 넣으려고(구속시키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잡아 넣지 못했다. 뭐가 없다는 거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천시청 부근 회사에 다니는 30대 초반 여성은 “젊은 사람이 젊은 사람 찍어야죠”라며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다.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에 재학 중인 20대 중반 남학생은 “비상계엄 전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보다 정당 이익을 위해서만 싸우지 않았느냐”라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미래 산업에 맞고 시대적 흐름에도 맞는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요신문이 만난 10여 명의 영천 시민은 이번 조기대선에 대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지에 대해 손사래 치며 함구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모두 한결같이 당연하다는 듯이 “투표는 할 거다”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