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상속이냐 단독상속이냐, 공증된 유언이냐 구두 유언이냐, 상속 당시 차명주식의 존재를 몰랐느냐 알았느냐,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권리의 존속기간)이 지나지 않았느냐 지났느냐, 상속 당시 주식과 지금의 주식이 동일하냐 그렇지 않느냐’ 등을 두고 양측은 끝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기존 입장의 요약과 재확인이었다. 치열한 법리 싸움 외에도 양측은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더러운 손’의 장본인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오갔다. 원고 이맹희 전 회장 측이 먼저 “영국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로 인한 부당이득에 관해 법원의 보호를 요청할 수 없다는 ‘깨끗한 손의 원칙’이 있다”며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해서 얻은 이득이 있다는 것이 이제라도 뒤늦게 밝혀진 이상 정당한 권리자인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이건희 회장 측은 “선대 회장 생전에 이미 재산분배가 이뤄졌고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함께 차명주식을 단독 상속한 것을 다른 형제들도 알고 있었음에도 ‘삼성특검’이라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소송을 낸 것은 25년간 일궈 온 삼성의 발전 성과를 가로채려는, 정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어느 쪽이 더러운 손인지는 자명하다”고 반박했다. 양측 모두 약 1시간씩의 변론시간을 꽉 채우며 6시가 지나자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했다.
잠시 후 재개된 공판에서 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는 선고기일을 내년 1월 23일 오후 4시로 정하며 선고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제 재판부 앞에는 1만 페이지가 넘는 소송기록들이 남았다. 내년 1월, ‘하나의 진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