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투자 비중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무역 쇼크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정부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어지면서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미국 투자 비중 축소 주장의 근거다. 반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며 무역갈등도 대결보다 협상 중심의 낮은 강도로 전개되면서 투자 매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전자는 기관투자자, 후자는 개인투자자의 지지가 높다. 다만 미국 외 시장의 투자매력이 높아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럽도 중국도 심지어 한국도 하반기 전망은 어둡지 않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 약세가 이어지며 달러예금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최근 미국 시장의 최대 논란거리는 금리다. 가뜩이나 재정적자가 심한데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까지 강행하면 세수가 줄고 국채 발행이 늘어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관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가 얼마나 경기를 부양할지와 관세 수입이 국채 이자 증가분을 얼마나 상쇄할지다. 감세를 통한 재정 부담은 10년간 4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나 관세 수입은 4조 달러에 한참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미국 국부펀드와 국내 은행들의 국채 보유 확대 정책이 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 국채를 매입할 수요를 늘리려는 접근이지만, 해외 수요 감소 위험은 남는다. 해외에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수요가 줄면 달러는 약세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무역적자 감소와 수출 확대도 결국에는 달러 약세로 통한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 신중론자들은 달러 약세로 향후 대미 투자자산이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을 경계한다. 올해 들어 한때 15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80원대까지 떨어졌고, 연내 1300원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여전히 초강대국인 미국 장기국채가 연 5% 안팎의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환차손을 고려해도 2%대인 한국 국채나 3%대인 독일 국채보다는 여전히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다.
주식시장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22배 수준으로 최근 10년 평균인 18.4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절대 수준이 높은 만큼 추가 상승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와 글로벌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의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견해가 팽팽하다.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경기를 지탱해줄 것이란 기대도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20일 화요일 홍콩에서 열린 컨템포러리 앰펙스 테크놀로지(CATL) 상장식에서 디지털 화면에 항셍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미국 내부 문제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지만 미국 밖에도 유망한 곳이 많다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과 중국이다. 독일 증시와 중국 경제를 반영하는 홍콩 증시는 올해 각각 20%, 19% 상승했다. 코스피도 5% 상승하며 보합 수준인 미국이나 6% 이상 하락한 일본 증시보다 나은 모습이다. 독일과 중국 모두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시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미국 자산시장의 향배에 대해 큰손인 국민연금(NPS)과 한국투자공사(KIC)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연금의 미국 투자비중은 전 세계 대형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운용자산 1278조 원 가운데 북미 주식이 290조 원, 미국 채권이 38조 원에 달한다. 2022~2024년 3년간 운용수익 206조 8750억 원 가운데 해외주식 및 채권에서 얻은 게 155조 원이 넘는다. KIC도 주식 비중이 40%에 달하는 데 전체 운용자산(2023년 말 246조 원) 가운데 61% 이상이 북미에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