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MBTI(성격유형검사)가 사실 INFP(내향형)예요. 엄마랑 같이 식당에 가면 ‘아줌마, 김치 좀 더 주세요’라는 말을 못 해서 엄마를 쿡쿡 찌르며 ‘엄마가 해’ 그럴 정도로요(웃음). 그러면 엄마는 ‘너 코미디언은 어떻게 됐냐’고 항상 그러시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제가 용기 내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는 게 코미디언으로서의 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코미디언일 때 저와 일상 속 제 모습이 워낙 차이가 있다 보니 평소에 저를 보시는 분들은 ‘목소리 톤이 왜 이렇게 낮아요, 음성변조 하시는 거죠?’ 그러기도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텐션이 많이 낮아서 오해하실 수도, ‘연예인 병’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많이 고민 중이에요.”
2008년 SBS 공채 10기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이수지는 2012년 KBS 공채 27기로 재데뷔한 뒤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황해’로 대중들에게 제대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조선족 보이스피싱범의 말투와 제스처를 기가 막히게 흉내 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린자오밍’이라는 이름의 이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이수지의 정체성처럼 깊이 각인된 만큼, 이수지 자신에게 있어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고 했다.

린자오밍에서 시작된 이수지의 다양한 ‘코미디언 자아’는 그가 고정 출연 중인 쿠팡플레이 코미디 쇼 ‘SNL 코리아’와 이수지의 자체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구 위주로 활동하는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를 패러디한 ‘슈블리맘’, 자식 교육에 몰두한 강남 대치동 엄마들의 모습을 풍자한 ‘제이미맘’ 등이 최근 이수지의 이름 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다만 ‘제이미맘’의 경우는 배우 한가인의 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 올라왔던 자녀 라이딩 관련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한가인에게 불똥이 튀며 예상치 못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대치동 맘’들이 입고 다니는 몽클레어 등 브랜드 제품들도 풍자 코미디의 아이템으로 쓰이면서 강남 주민들이 더 이상 해당 브랜드를 입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코미디에서 더 나아간 이 같은 이슈들에 대해 이수지 역시 가볍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가인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제가 특정인을 겨냥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해를 산 부분들을 보며 ‘내가 뭔가를 만들어 갈 땐 계속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하겠구나’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죠. 사실 창작자로서 캐릭터 콘텐츠를 만들면서 오해를 받을 땐 아쉬움도 있지만 미안함도 들어요. 제가 추구하는 것은 다양한 일상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나 상황을 보여주는 코미디이고, 오해 생기지 않도록 고민하고 신경 쓰면서 할 생각이니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몽클레어는 본사에 계신 분을 한 번 만나 뵀는데 제가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본사에서 반응이 너무 좋다면서, 그런 거 걱정 안 해줘도 된다고 해주셔서 정말 좋은 분위기로 지나갈 수 있었어요.”

“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댓글을 보면서 진짜 울 때도 많아요. 마음이 아프셨던 분들이 길게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DM(쪽지)을 보내주시는데 ‘밖에 나가지 못한 지 얼마나 됐는데 수지 씨 영상 보면서 힘 받는다’는 메시지를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반대로 악플도 보면 울어요(웃음). 그런데 대처를 따로 하진 않고요, 제가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울고, 다음엔 이렇게 해야지. 그렇게 수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엇을 해도 관심이 뜨겁다는 것은 그만큼 이수지의 존재감이 대중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조롱의 비웃음이 아닌 건강한 웃음을 추구하고자 17년 동안 코미디 외길 인생을 달려온 이수지는 그 특유의 관찰력에서 시작된 연기력을 토대로 2014년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부터 KBS2 ‘태양의 후예’, MBC ‘역도요정 김복주’, JTBC ‘힘쎈 여자 도봉순’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tvN ‘눈물의 여왕’ ‘선재업고 튀어’, 지니TV ‘신병 시즌 2~3’까지 장르 불문 다양한 드라마 작품에서도 특별출연으로 활약상을 펼쳐 왔다. 지금은 예능 무대가 더 익숙하지만, 언젠가는 정극에서도 이수지만의 뚜렷한 존재감을 볼 날이 있지 않을까.
“연기에 대한 갈망은 계속 있었어요. 이건 그냥 제 꿈이긴 한데요, 지금은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제가 한 50대를 지날 즈음에는 울음과 감동을 주는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개그도 연기의 일부분이지만, 감동이나 울음을 주는 정극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정말 많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대한민국을 엄마 연기로 한번 울려보고 싶어요. 제가 정말 눈물이 많은데 ‘엄마’하면 또 뭉클한 게 있잖아요? 연기하다가 제가 울 것 같아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